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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문묘 은행나무 단풍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단풍놀이로 산과 들로 많이들 찾아 떠납니다. 저는 서울 한복판에서 가을 단풍을 만납니다. 서울 성균관대학교입니다. 성균관대학교 안에 성균관과 문묘에 있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11월 6일 모습입니다. 

 

광장시장에서 밥 먹고 성균관대로 향합니다. 버스 타고 가는 거나 걸어가나 큰 차이는 없어 보였습니다. 가을을 즐기며 걸어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창경궁 담을 따라 지나갑니다. 길 건너 서울대학교병원도 보입니다. 창경궁 앞 매표소에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고궁 구경은 패스. 고이 단풍옷을 입은 나무들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손짓합니다. 다음에 올게.

 

 

 

 

광장시장에서 30분 정도 걸어서 성균관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대학교 캠퍼스는 젊음과 활기 있는 분위기여서 좋습니다.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성균관과 문묘가 있습니다. 

 

 

 

 

먼저 탕평비와 하마비를 보고 갑니다. 비각 안에 있는 것이 탕평비입니다. 당쟁의 폐해를 막기 위해 공정하게 관리를 뽑는 것이 탕평책입니다. 탕평비 비문은 영조가 직접 쓴 것입니다. 오른쪽에 하마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리라는 것입니다. 궁궐, 종묘, 문묘 앞에서는 경건하게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성균관으로 들어왔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진짜 깜놀했습니다. 은행나무가 엄청 큽니다. 두 그루입니다. 거대한 은행나무에서 노란 잎이 반짝입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크고 예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우와~ 감탄사가 나옵니다. 나무 사이로 명륜당이 보입니다.  

 

 

 

 

나무 굵기가 상당합니다. 어른 몇 명이 에워싸도 모자라겠습니다. 나무의 높이 약 21m, 동쪽에 있는 나무는 직경이 2.41m, 서쪽에 있는 나무는 2. 74m입니다. 둘레는 7.3m입니다. 1398년(태조 7년) 성균관 문묘를 만든 후에 심었다고도 하고, 1544년(중종 14년) 대사성 윤탁이 심었다고도 합니다. 임진왜란 때 명륜당이 전소되었으나 은행나무는 살아남았다 하고요. 이래저래 수령이 500년은 된 것입니다. 천연기념물 제59호입니다.

 

 

 

 

초록 잎이 조금은 남아 있습니다. 월요일(8일)에 비 맞고 추워지면 더욱더 노랗게 물들 것 같습니다. 먼저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조금씩 시들어 가는 것이 보입니다. 이렇게 커다란 은행나무는 뿌리도 깊고 단단하겠습니다. 

 

 

 

 

은행나무가 예쁜 황금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성균관은 지금으로 치면 국립종합대학교입니다. 서울대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성균(成均)은 성인재지미취(成人材之未就), 균풍속지부제(均風俗之不齊) 각각의 앞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인재로서 아직 성취하지 못한 것을 이루고, 풍속으로서 가지런하지 못한 것을 고르게 한다는 뜻입니다. 

 

 

 

 

명륜(明倫)이란 인간사회의 윤리를 밝힌다는 뜻입니다. 맹자 등문공편(滕文公篇)에 "학교를 세워 교육을 행함은 모두 인륜을 밝히는 것이다.”라 한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성균관 유생들은 명륜당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학교 교실 같은 것입니다. 명륜당에서는 왕이 유생들에게 강시(講試)도 했습니다. 강의하고 과거시험 보는 

 

 

 

지금은 은행나무 주변으로 울타리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울타리 없이 나무 가까이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나무 아래에 앉아 가을을 즐기면 분위기 참 좋겠습니다. 유생들이 담소도 나누고 시도 짓고. 성균관은 남자만 입학할 수 있었을 터이니 데이트는 못 했겠네요. 

 

 

 

 

은행나무 위를 바라보면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잡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명륜당 좌우로 건물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동재와 서재입니다. 유생들이 기숙하면서 공부하는 곳입니다. 동재에는 생원, 서재에는 진사들이 묵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에는 파벌이 나뉘면서 동재에 소론, 서재에 노론이 거주하기도 했었답니다. 정문 앞에 탕평비의 의미를 알 것도 같습니다. 관람객들은 동재, 서재에 편안하게 앉아서 은행나무를 바라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균관뿐만 아니라 향교, 서원 등에도 은행나무를 많이 심습니다. 공자와 관련 있습니다. 공자가 50세가 되었을 때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고향에서 제자를 모아 학문을 전수합니다. 공자가 가르치던 곳을 행단(杏壇)이라 불렀습니다. 행단에 있는 나무가 행단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단목을 은행나무로 해석하고 문묘가 있는 곳에 은행나무를 심었습니다. 행단목이 실제로는 살구나무라더군요. 

 



 

삼국시대부터 국가에서는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고려시대에 접어들면서 국자감이 만들어집니다. 고려 말 공민왕 때 국자감은 성균관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성균관은 조선으로 이어집니다. 양녕대군, 연산군, 광해군, 사도세자, 순종 등도 어렸을 때는 성균관에서 합숙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이들도 이 은행나무를 보면서 결의를 다지기도 하고, 휴식을 얻기도 했을 것입니다. 

 

 

 

 

현존하는 은행나무는 오로지 한 종이랍니다. 다른 은행나무는 다 멸종했다고 합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은행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습니다. 야생에서 번식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은행나무 대부분은 사람의 손에 의해서 번식하는 것입니다. 은행나무를 더욱더 사랑해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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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전으로 넘어왔습니다. 공자와 성현들의  위패를 안치한 건물입니다. 대성전 영역을 문묘(文廟)라고 합니다. 문묘에서는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냅니다. 학생들 공부하는 명륜당이 앞에 있고, 제사 지내는 대성전이 뒤에 있는 것을 전학후묘라 합니다. 향교, 서원의 80%가 전학후묘입니다. 성균관은 반대로 대성전이 앞에 있고, 명륜당이 뒤에 있습니다. 전묘후학이라 합니다. 

 

 

 

 

대성전에서 명륜당 앞에 있는 은행나무가 보입니다. 대성전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명륜당 은행나무가 잘 나오는가 봅니다.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고 길게 줄 서 있습니다. 얼추 100명은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은행나무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밝습니다.

 

 

 

 

성균관에는 4그루의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명륜당 앞에 두 그루, 대성전 앞에 두 그루. 대성전 앞에 있는 은행나무는 임진왜란 이후 대성전을 다시 지을 때 심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명륜당 앞의 두 그루는 천연기념물이지만, 대성전 앞 은행나무는 서울시 기념물입니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변해가는 과정도 특색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11월이면 은행잎이 다 떨어졌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단풍을 오래 볼 수 있습니다. 

 

 

 

 

대성전 바라보는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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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하나 책갈피 속에 고이 담아봅니다. 소녀 감성 뿜뿜

 

 

 

 

잡상

 

 

 

 

성균관 밖으로 나와서 신문(신삼문) 앞에서 은행나무를 바라봅니다. 신삼문은 평소에는 닫혀있고, 특별한 때에만 열린다고 합니다. 

 

 

 

 

 

 

오전 9시부터 가능합니다. 하절기(3~10월)는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2월)는 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별도의 관람료는 없습니다. 문묘 앞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공간이 여유롭지 않습니다. 

 

성균관 문묘 은행나무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5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묵묵히 지켜온 은행나무. 올해도 건강하게 단풍이 물들었고, 많은 이들이 방문하여 가을을 즐깁니다. 떨어지는 은행잎처럼 깊어가는 가을이 아쉽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가을을 느끼고 사랑하고 즐겨야겠습니다. 은행나무가 1,000년 넘도록 잘 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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