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도 해돋이
대청도로 떠납니다. 대청도? 어디에 있지? 모르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뉴스에서 서해 5도는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서해 북쪽 북한과 가까운 섬 중 하나입니다. 백령도 근처이고요. 대청도로 떠날 때만 하더라도 해돋이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9월의 어느 날 새벽 멋진 해돋이를 기대하며 바다로 향합니다.
백령도 대청도 묶어서 2박 3일 패키지여행입니다. 비교적 작은 섬은 패키지로 다니고 있습니다. 작은 섬들은 패키지 단체 여행 위주로 여행 코스가 만들어져 있더라고요. 백령도 찍고 대청도로 들어왔습니다. 사실 대청도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백령도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알고 보니 대청도가 진짜 멋진 섬입니다.
각설하고 대청도 북쪽 농여해변 부근의 어느 펜션(민박)이 숙소입니다. 패키지여행이라 숙소 선택권은 없습니다. 그래도 혼자 왔다고 방 하나를 통으로 내어줍니다. 자기 전 지도를 살펴봅니다. 농여해변은 서쪽이어 해돋이는 볼 수 없을 것 같고요. 10여분 걸어가면 동쪽으로 트여 있는 바다를 볼 수 있겠습니다. 해돋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새벽 5시 30분 무렵에 일어났습니다. 밤하늘을 보니 별이 반짝입니다.
카메라 설정을 바꾸어 다시 사진 찍습니다. 구름이 좀 보이지만 맑은 하늘입니다. 촘촘히 별빛이 보입니다. 몇 년 전에 빛을 내어 지구까지 온 별빛입니다. 저 별은 지금도 남아 있을까 생각도 합니다. 대청도의 맑은 하늘이 기분 좋습니다. 해돋이에 대한 기대도 높아집니다.
숙소에서 출발. 마을을 지납니다. 마을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눈길을 끕니다. 고양이는 삼치 훔쳐가려고 바구니를 기웃거립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옆에 할머니 한 분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쫓습니다. 고양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재밌습니다. 고양이가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합니다. 대청도에서 삼치가 많이 잡힙니다.
바닷가로 왔습니다. 어둠이 짙습니다. 대청도라는 낯선 곳에 와서 어딘지 모르는 동네에 왔습니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 시간이 좋습니다. 바닷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오로지 저만 있습니다. 고요함 속에 나의 존재감만이 살아 있습니다. 고독하거나 쓸쓸하지 않습니다. 차분하고 고요한 이 상태가 좋습니다.
거리에 가로등만이 마을을 밝힙니다. 지도 앱을 보니 이 동네가 대청 3리입니다. 대청 3리 앞바다는 옥죽포라고도 불립니다. 옥죽포 지명 유래를 찾아봅니다. 원나라 순제가 태자 때에 대청도로 유배 와서 처음으로 발을 디딘 곳이라 하여 옥자포(玉子浦)라고 불렀습니다. 1914년 일제가 행정구역 명칭 변경 때에 옥죽포(玉竹浦)가 되었습니다.
이곳저곳 왔다갔다 합니다. 어스름한 새벽 풍경이 좋습니다. 바다소리 파도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잔잔한 음악이 듣고 싶습니다. 휴대전화에 담긴 노래를 찾습니다. 조용히 따라부르며 저만의 시간과 공간을 담습니다.
테트라포트를 섬처럼 만들었습니다.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형태여서인지 눈길이 갑니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수평선 위로 구름이 두껍습니다. 바다 위에서 탁 떠오르는 해돋이 보긴 어렵겠습니다. 그래도 날이 밝아오고 있다는 것이 설렙니다.
새들은 하늘과 바다를 자유롭게 날고 있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저 멀리 방파제에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동네 주민은 아니고 여행자 같습니다. 아침 산책 나온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바닷가에서 홀로 시간 보내다 사람이 보이니 반갑습니다.
예정된 해돋이 시간은 지났습니다. 해돋이 보는 것이 실패인가? 아닙니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수평선 위로 붉은 기운이 바다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구름 위로 떠오르는 햇님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끝에 구름 위로 솟아오르는 햇님을 만납니다.
구름을 뚫고 햇님이 점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가지마 가지마 나 여기 있어!' 라고 손짓합니다.
서해 대청도에서 해돋이를 봅니다. 때마침 날고 있는 새들이 멋진 그림을 만들어 줍니다.
전날 가이드한테 혹시 해돋이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가이드는 엉뚱한 걸 물어본다는 느낌으로 없을걸요? 라고 답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해돋이를 보았지만 대청도에서의 해돋이는 느낌이 다릅니다.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것을 얻은 기분입니다. 여행 와서 생각지도 않은 풍경 만날 때의 감동과 희열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햇님이 동그란 모습을 완전히 보여줍니다. 굿모닝!
햇님은 세상을 밝혀줍니다. 어두운 새벽 뭐가 뭔지 모를 주변 풍경이 환하게 보입니다. 바위에는 오랜 세월 걸쳐 만들어진 주름살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백령도와 대청도는 백령대청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전날 풀등 갔을 때 해설사 선생님에게 10억 년의 나이를 가진 곳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방파제에 있는 분은 크게 기지개를 켜시네요. 괜히 저도 몸을 크게 늘리며 햇님의 따뜻하고 밝은 기운을 담아봅니다. 저 방파제 끝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방파제 끝까지 그렇게 긴 거리는 아닙니다. 그래도 바다와 가깝게 다가갔다고 햇님이 더욱더 밝게 보입니다.
낚싯바늘에 햇님을 걸어봅니다. 설명 듣기로 이 낚싯바늘은 홍어 잡을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홍어 하면 흑산도를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홍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대청도입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 대청3리입니다.
지도 보면 대청도와 북한이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햇님은 점점 높게 떠올라 온 세상을 밝혀줍니다. 서해 5도 중 한 곳 대청도에서 해돋이를 만났습니다. 서해이기에 해돋이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지도 않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납니다. 아침 동네 구경도 하고 숙소에서 아침밥도 먹습니다. 농여해변으로 아침 산책도 이어갑니다. 대청도에서의 아침을 재미있게 두근거리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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