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인시장 장터국수
광주광역시 여행입니다. 본격적인 광주 시내 투어 전에 밥 먹으러 간 곳을 소개합니다. 대인시장 안에 있는 장터국수입니다.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은 아닙니다. 시장 상인들 동네 사람들 잠깐 들르는 작은 식당입니다. 참 착한 식당입니다.
이번 광주 여행의 목적은 원래 무등산 등산입니다. 증심사 입구에 도착했는데 폭설로 등산을 통제합니다. 등산하지 못한다고 하니 허탈합니다. 증심사 구경하고 증심사 버스 종점으로 되돌아옵니다. 광주 시내 나가서 밥 먹기로 합니다. 오래전부터 저의 레이다에 잡힌 곳은 대인시장 안에 있는 작은 국수집입니다. 증심사 버스 종점에서 대인시장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운림 54번 버스는 저를 대인시장까지 데려다줍니다. 잠시 멈췄던 눈발이 다시 시작했습니다. 대인시장은 광주 중심인 대인동에 있습니다. 금남로 옆입니다. 예전에는 공용버스터미널도 가까이 있어서 방문객이 많았습니다. 양동시장과 함께 광주를 대표하는 시장이었습니다. 터미널도 이전하고 시대도 변하면서 위상이 떨어집니다.
시장 앞 조형물이 귀엽습니다. 가족이 쇼핑하러 온 것 같습니다. 여자는 남자 팔짱을 꼭 껴야 할까요? 겨울에 보면 남자는 춥다고 두 손 주머니에 넣고 여자는 한 손을 팔짱 끼고 밖으로 내놓습니다. 추울 텐데. 대인시장은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시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인시장 내에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평일 낮이고 눈도 내리고 하니 시장 안은 썰렁합니다. 장 보러 나온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상가도 불 꺼진 곳이 있고요. 현수막을 보니 대인시장만의 색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현수막에 야시장, 푸드존 등이 쓰여 있습니다. 대인시장 홈페이지 보니 야시장 열리면 인파가 상당하더군요. 특색있는 시장입니다.
국밥거리를 지납니다. 우연히 발견합니다. 눈 내리고 날도 추우니 국밥 한 그릇 생각도 납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국밥거리에 있는 식당에서는 국밥 주문하면 순대가 서비스로 나온다고 하네요. 오늘은 다른 목적지가 있기에 국밥거리는 스쳐 지나갑니다.
버스에서 내려 시장 안으로 10분 정도 걸어 들어갑니다. 지도 앱에서는 다 왔다고 하는데 식당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나쳤습니다. 다시 뒤돌아 모퉁이 부근을 보니 식당이 보입니다. 겉보기에도 허름한 작은 식당입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와 자리 잡습니다. 이때가 11시 40분 정도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점심 식사 시간 전이기에 손님이 없습니다. 식당은 아주머니 한 분이 운영합니다. 벽면에 여러 가지 종이가 붙어 있어서 정신없이 보이기도 합니다. 테이블, 의자, 찬장 등 전체적으로 보면 깔끔합니다.
테이블 위 양념장, 고춧가루, 컵 등이 있습니다. 양념장 내용물이 궁금해서 뚜껑을 열었습니다.
벽에는 메뉴와 다양한 글이 적혀 있습니다.
메뉴 가격 보면 놀랍지 않으신가요? 국수가 1,500원, 부추전이 3,000원입니다. 2022년 판매하는 가격이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메뉴에 있는 가격 다 더해도 16,500원입니다. 요즘 어지간한 식당 한 끼가 10,000원 넘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 저렴합니다.
개그콘서트에서 '사랑은 large'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유민상, 김민경 두 사람이 식당에 들어와서 주문합니다. 메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주인을 놀라게 합니다. 대인식당 장터국수에서는 방송에서 나온 내용이 실제로 가능하겠습니다. 먹방 유튜버 쯔양이 이 집에서 8그릇 먹고 간 영상도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보다 더 놀라운 것.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격을 올렸다는 안내입니다. 쯔양이 2021년 방문했을 당시 국수 가격이 1,000원이었습니다. 쯔양은 11,000원어치 먹었더군요. 쯔양도 대단합니다. 저는 유튜브 보고 이 집을 안 것은 아닙니다. '부득이하게' 올렸다는 단어에는 사장님의 미안하다는 마음도 엿보입니다. 진짜 이렇게 팔아서 남긴 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장터국수, 부추전, 막걸리 주문합니다. 막걸리가 먼저 나옵니다. 광주이기에 막걸리 상표가 무등산입니다. 라벨에 무등산 서석대 사진이 있습니다. 무등산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막걸리로 달랩니다. 무등산 막걸리라고 해서 다른 막걸리와 크게 맛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부드럽고 적당히 달콤 시큼합니다. 깍두기를 직접 담그신 것이지 기성품인지는 모르지만 막걸리와 잘 어울립니다.
곧이어 장터국수가 나옵니다. 국수가 심플합니다. 멸치국수와 오뎅국물이 적절히 섞인 맛입니다. 싱겁다 싶으면 양념장 넣어도 됩니다. 저에게는 간이 맞아서 양념장 넣진 않습니다. 면도 부드럽게 잘 삶아져서 나왔습니다. 심플한 것이 집에서 어머니가 간단하게 해 주시던 국수 생각이 납니다.
성인 남자가 한 끼 식사로는 살짝 부족한 양입니다. 그래서 단골들은 특장터국수를 주문하는가 봅니다. 저는 부추전하고 먹을 것이기에 이 정도면 적당합니다.
부추전은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문 후 조리하시는가 봅니다. 부추와 당근이 들어갔습니다. 노릇노릇 구워진 부추전 향기가 입맛을 돋웁니다. 손바닥 2개 정도 합친 크기이니 제법 큽니다. 막걸리와의 궁합도 좋습니다. 전 찍어 먹으라고 양념장이 나옵니다. 제 입맛에는 간이 적당해서 간장 찍지 않고 먹습니다.
이렇게 푸짐한 한 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만의 만찬을 즐깁니다.
식당에 라디오를 틀어 놓으셨더군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습니다. 먼저 샹송이 들립니다. 샹송 제목은 모르겠지만 눈 오는 이날의 분위기와 샹송이 어울립니다. 이어서 나오는 노래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궂은비 내리는날~" 막걸리 마시며 듣기에 적절한 노래입니다. 맛에도 취하고 노래에도 취합니다. 술맛 납니다.
약간 취기가 오르니 식당 안에 있는 문장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사진 속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어디에 나온 문장인지 정확하게 찾지는 못했습니다. Shelley(셀리)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이라고 나오는데 이 문장을 쓴 것인지 확실하진 않습니다. 결국은 사라지는 것인 인생인가요? 괜한 욕심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12시가 넘어가니 식당에 손님이 많이 들어옵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네요. 보니까 단골손님들이 많습니다. 계란 추가하는 분도 있고 이미 특장터국수에 어묵 추가하는 분도 있습니다. 장터국수, 부추전, 막걸리까지 도합 7,000원 계산하고 나옵니다.
대인시장에서 나와 아시아문화전당으로 향합니다. 지도 앱으로 보니 15분 정도 걸어가면 됩니다. 거리에 눈이 많이 내립니다. 이렇게 폭설 만난 것은 실로 오랜만입니다. 눈 내려서 걷기 불편하지만 눈 맞으면서 걷는 기분은 즐겁습니다. 이게 겨울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동심의 마음으로 겨울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광주를 즐깁니다. 눈 말고 눈 맞고 싶습니다.
장터국수는 시장 안의 작은 식당입니다. 번쩍번쩍 빛나기보다는 작고 허름한 식당입니다. 여행 가서 애써 찾아가 드셔보라고 할 정도로 맛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대신 정이 가고 푸근한 마음을 담아 올 수 있는 식당입니다. 저는 이런 소소한 곳이 좋습니다. 국수와 전을 먹어서 배부른 것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먹었기에 더 배부른 마음입니다.
아래 링크 접속 후 ch+를 선택하면 라오니스 여행기를 카톡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에서만 맛보는 독특한 튀김 상추튀김. 광주 무등분식 (26) | 2023.01.30 |
---|---|
광주에서 꼭 보아야 할 우리 가락의 멋과 흥. 광주국악상설공연 (22) | 2023.01.15 |
다양한 전시와 규모에 놀라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여행 (28) | 2023.01.10 |
눈 내려 하얗게 변신한 무등산 등산 증심사. 광주 여행 (16) | 2022.12.26 |
두툼하고 부드러운 광주 떡갈비. 빛고을 떡갈비. 광주 맛집. (46) | 2021.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