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교, 옥천사마소
충청북도 옥천군은 금강의 상류로서 맑고 깨끗한 고장입니다. 기름진 옥토가 있는 고장입니다.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지형이 변합니다. 옥천역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확장됩니다. 옥천의 옛 중심은 구읍이 되어 중심에서 멀어집니다. 구읍에는 옥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 향교와 사마소를 살펴봅니다.
옥천구읍을 걷습니다. 커다란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나무 모양이 범상치 않습니다. 사연이 있을법한 나무입니다. 나무는 느티나무입니다. 수령은 약 370년. 나무 높이가 16m입니다. 아파트 5층 높이입니다. 봄에 잎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들고 입이 적게 피면 가뭄이 든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매년 풍년을 기원하는 대보름제를 올리고 있습니다.
나무 밑동에 금줄. 신성시하는 나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신목입니다.
들판에서는 벼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 있으면 황금 들녘을 보여줄 것입니다.
옥천향교로 들어섭니다. 향교는 옥천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국 곳곳에 있습니다. 향교는 고려시대부터 만들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조선 초입니다. 조선 전기에 편찬한 동국여지승람에는 전국적으로(현재 북한 포함) 329개의 향교가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현재 남한에는 234개의 향교가 남아 있습니다.
글자가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면 大小人員皆下馬(대소인원개하마)’라고 쓰여 있습니다. 누구든 이 앞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리라는 것입니다. 신성한 공간이니 예의를 갖추라는 뜻입니다. 향교는 선현의 위패를 모시는 신성한 공간입니다. 향교 입구에 하마비와 홍살문이 있습니다.
다른 지역 향교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갑니다. 옥천향교는 명륜당이 먼저 보입니다. 명륜당이 문 역할을 함께하는가 봅니다. 아래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옥천향교는 다른 지역 향교와 뭔가 다릅니다. 명륜(明倫)은 인간사회의 윤리를 밝힌다는 뜻입니다. 맹자 등문공편에 “학교를 세워 교육을 행함은 모두 인륜을 밝히는 것이다.”라 한 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학생들 공부하는 교실입니다.
명륜당 아래를 지나 향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향교 안에서 명륜당을 보니 교실처럼 보입니다. 옥천향교는 1398년(태조 7년)에 지었습니다. 명륜당은 1440년(세종 22년)에 지었고요. 임진왜란 때 소실됩니다. 안내문에는 다시 지었다고만 적혀 있습니다. 언제 다시 지었는지는 못 찾았습니다.
명륜당 바닥에 회색 구조물에 눈길이 갑니다. 명륜당 양 끝에 있는 회색 구조물은 온돌입니다. 쌩 나무 바닥은 겨울에는 추울 것이고요. 보길도 윤선도가 지은 세연정에서 온돌을 봤습니다. 윤선도는 겨울에도 놀려고 온돌을 깔았습니다. 옥천향교는 겨울에도 공부 열심히 하라고 온돌을 깔았을 것 같습니다.
건물 이름은 홍도당입니다. 유생들이 숙식하면서 지내는 기숙사입니다. 다른 향교에서는 유생들이 머무는 기숙사를 동재, 서재로 적습니다. 옥천향교에서는 서재가 홍도당입니다. 동재는 없어졌습니다. 홍도당 뜻을 못 찾겠습니다. 안내문에 홍도문( 紅箭門)이라 쓰여 있습니다. 홍도당의 도가 箭(화살 전)을 쓰고 있습니다. 당이 아니고 문으로 쓰여 있고요.
문이 3개가 있고 뒤로 대성전이 있습니다.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선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동무와 서무가 있습니다. 동무와 서무는 정전인 대성전에 배향하지 못한 유현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세운 건물입니다. 대성전은 신성한 곳이기에 문이 닫혀 있습니다.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공간입니다.
대성전 들어가는 문을 내삼문이라 합니다. 다른 향교에서는 하나의 지붕에 문이 세 개입니다. 옥천향교는 문과 지붕이 따로따로 나뉘어 있습니다.
9월 초이지만 연밭에 연꽃이 남아 있습니다. 한여름에 연꽃이 가득 피어나면 장관이겠습니다.
구읍 일대는 옥천군 관아가 있던 곳입니다. 옥천을 다스렸던 군수, 관찰사들의 선정을 기리기 위한 선정비를 한곳으로 모았습니다. 16기가 있습니다. 선정비 볼 때마다 선정비를 백성들이 알아서 만들었을까? 관리들이 재임 중에 만들고 갔을까? 하는 생각 합니다.
사마소를 만나러 갑니다. 사마소? 처음 들어봅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악마를 물리치는 퇴마사가 떠오릅니다. 한자를 보니 그런 건 아닐 것이고요. 의미가 있는 공간이겠거니 하고 좁을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구읍 곳곳에 전원적인 풍경의 벽화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정지요 시인의 고향이 바로 옥천이고 구읍입니다. 정지용 시인의 대표작인 향수는 다 아실 것입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으로 시작하는 시구 들어봤을 것이고요. 노래도 있으니까요. 향수를 떠올리도록 벽화를 그렸습니다.
왼쪽 도포 자락 입은 사람은 사진입니다. 붓글씨 쓰고 있는 사람 그림도 있습니다.
옥주사마소(沃州司馬所)라 적혀 있습니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까지 옥천을 옥주라 불렀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자그마한 기와집입니다.
안내문에는 조선 중기 이후 지방의 고을마다 생원과 진사들이 모여 친목과 학문, 정치, 지방의 행정 자문 등을 논하던 곳이라 적고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는 16세기 초 훈구파들의 유향소 장악에 대한 반발로 사마시(司馬試) 출신의 젊은 유림들이 향권을 주도하기 위해 세운 학문·교육기관이라 적고 있습니다. 사마시는 소과를 말합니다. 생원시와 진사시를 사마시, 소과라 합니다.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시작했으나 점점 압력 단체가 되면서 폐단이 생깁니다. 유향소를 유명무실하게 하고 수령의 통치에 간섭합니다. 조정에서는 사마소를 없애려 했지만 유림들이 반발하니 쉽게 없애진 못합니다.
사마소 마당 무궁화
사마소 뒷마당에 농작물을 곱게 심었습니다. 사마소 관리하는 분이 있는가 봅니다.
옥천향교와 옥천사마소는 구읍이 옥천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건물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잘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해서 인상적이고요.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는 것이 재밌습니다. 옥천 구읍에는 육영수 여사 생가, 정지용 시인 생가도 있습니다. 카페와 식당도 있어서 지친 발걸음 쉬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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