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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

 

마산 여행길입니다. 바닷가에서 점심 잘 먹었습니다. 촉촉이 비가 오니 커피 한 잔이 생각납니다. 요즘 널린 게 카페지만 여행길 특별한 곳을 가고 싶습니다. 백석을 만나러 갑니다. 일제강점기 때 활약했던 시인 백석.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이 목적지입니다. 책방 이름이 직관적이어서 기억하기 쉽습니다. 

 

 

버스 타고 이동합니다. '단디'라는 단어에 눈길이 가서 사진 찍습니다. 단디는 확실히, 제대로, 단단히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단디 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단디를 보면서 경상도에 왔음을 실감합니다. 

 

 

 

 

 

 

정류장에 내려서 책방까지 조금 걸어야 했습니다. 깔끔하게 정비된 하천에 눈길이 갑니다. 안내문에 교방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라 쓰여 있습니다. 복개주차장을 철거하고 하천으로서의 본래 모습으로 만든 것입니다. 서울 청계천처럼 복원했다는군요. 물길 따라 물소리 들으며 산책하면 즐겁겠습니다. 오늘은 패스. 

 

 

 

 

 

 

육호광장 도로명 이정표에 눈길이 갑니다. 도로이름을 통해 마산의 다양한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3·15대로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산 3·15 의거를 뜻합니다. 허당로는 독립지사 허당 명도석 선생을 기리는 것입니다. 마산에서 김성률, 이만기, 강호동 등 유명한 씨름 선수가 나왔기에 천하장사로라 아름지었습니다. 불이 났을 때 주변에 알리는 종(鐘) 있던 곳이라 불종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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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가 있는 이곳은 육호광장입니다. 육호광장에는 말 조형물이 있습니다. 안내문에 육호광장과 조형물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문(門) 자 형상은 마산이 세계를 향한 관문을 뜻합니다. 말(馬)은 마산의 도약을 표현하는 적토마입니다. 마산인의 열정과 미래지향적인 희망을 상징합니다. 경남대학교 임형준 교수 작품입니다. 

 

 

 

 

 

 

육호광장 지나면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이 바로 보입니다. 이런 곳에 무슨 책방이 있지?라는 곳에 있습니다. 주변이 번화가가 아닙니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것 같지도 않고요. 저는 마산 내려가기 전 마산 가볼 만한 곳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책방이름에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책방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백석 시인은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크고 당대 인기남이었습니다. 모던보이입니다. 

 

1935년 백석이 23살 때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통영 여인 란(蘭 본명 박경련)을 보고 반합니다. 란을 만나기 위해 통영을 3번 내려갑니다. 통영에 내려간 백석은 란을 만나지 못합니다. 낮술 마시며 충렬사 계단에서 '통영 2'라는 시를 씁니다. 또 다른 친구를 통해 란 어머니에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전합니다. 그런데 친구와 란이 결혼합니다. 사랑과 친구 모두를 잃습니다. 이거 완전 영화이자 드라마입니다. 

 

백석이 마산역사(현 육호광장)를 나와 통영 가는 배를 타려고 불종거리를 걸었다는 글이 어느 신문에 실렸습니다. 책방 대표님이 기사를 보고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작은 책방이라는 말 그대로 자그마합니다. 평일 비 오는 한 낮. 책방에는 대표님 두 분만 있습니다. 두 분은 부부시고요. 갑작스럽게 손님이 들어와서 살짝 놀라시는 눈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저는 창가 자리에 앉습니다. 창가에서 촉촉이 비 내리는 거리를 보고 있으니 갬성이 살짝 올라옵니다. 낮술 먹은 게 아직 남아 있기도 하고요. 

 

 

 

 

 

책방 내부를 광각으로 찍습니다. 뒤에 숨겨진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게 전체입니다. 실제 크기는 분명 작습니다. 책방에 앉아 있는데 작다는 느낌은 나지 않습니다. 책방이 주는 따스한 온기가 책방을 크게 느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부부께서 친절하게 맞이해 주셔서 그렇기도 하고요. 

 

 

 

 

 

 

책방은 카페도 함께 합니다. 아메리카노 2,500원입니다. 가격이 착합니다. 이렇게 팔아서 운영이 될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비도 촉촉이 오는 것이 맛있는 커피가 땡깁니다. 오늘의 커피를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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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나오기를 기다리며 책 구경합니다. 책이 신간은 아닙니다. 출판된 지 시간이 흐른 책들이 많습니다. 중고 서점에 온 듯한 기분입니다. 책 종류가 다양합니다. 아이들 위인전부터 철학, 소설책도 있고 여행책도 보입니다. 책이 종류별로 분류되어 있진 않습니다. 이것저것 막 섞여 있습니다. 뭐가 있을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표지를 보이게 한 것은 추천 도서인 것일까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 사장님한테 굳이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꽂혀 있는 것보다 펼쳐져 있는 게 눈에 잘 띄기에 추측해 본 것이고요. 백석 책방답게 백석에 관한 책부터 사회 비평서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책을 읽진 않아도 표지만 봐도 흥미롭습니다. 

 

 

 

 

 

피겨 구경도 재밌고요.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시인의 농담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낸다는 무슨 뜻일까요?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일까요? 누군가 종이 소리를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아파하듯 내 마음의 크기를 넓게 하려면 나도 아파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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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드디어 커피가 나왔습니다. 커피향기가 좋습니다. 

 

 

 

 

 

 

방명록이 있습니다. 저는 따로 적진 않았고요. 이런데 글 쓰는 게 쑥스럽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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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도 함께하는 책방이라고는 하지만 커피만 마시고 오긴 아쉽습니다. 읽을만한 책이 있을까 책장을 다시 살펴봅니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정재찬 교수가 쓴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을 샀습니다. 교수님이 방송에서 시를 유쾌하게 소개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있습니다. 백석 시인과 작은 책방과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혼자 책 구경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나왔습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책방 유리 벽에 유럽의 모습 젊은 작가들의 사진이 있어서 다시 살펴봅니다. 작은 화분, 인형들까지도 무심히 던져둔 것 같진 않습니다. 하나하나 따로 보면 어울리지 않는 소소한 것들이지만 모이니까 책방만의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뭐 때문인지 사장님도 잠깐 밖에 나오셨네요. 촉촉이 내리는 빗방울과 함께 걷습니다. 

 

 

 

 

 

 

 

 

 

 

 

창원, 마산은 제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특별히 인연이 있는 도시도 아니고요. 쉽게 갈 수 없기에 모르는 것도 많습니다. 반대로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만나는 소소함이 소중하고 반갑습니다. 매일매일 숫자 앞에서 무감성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입니다. 작은 공간에서 따스한 감성을 만날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동동까지 걸어갑니다. 이번에는 빵을 먹어보려 합니다. 

 

백석이 지나간 작은 책방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 ~ 오후 6시까지

일요일 휴무

https://blog.naver.com/pys1009

 

백석이 지나간 작은책방 : 네이버 블로그

[커피와 차를 파는 서점]동네책방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천하장사로109(1층 단층건물) 육호광장 오거리 오동파출소 입구에서 북쪽방향으로 5m이내 @휴무일, 영업일, 영업시간☞ 일 : 휴무 /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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