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1박 2일
1년에 1번 대학교 친구들이 만납니다. 친구들 사는 지역이 다 다릅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서울 그리고 경기도. 매년 전국을 순회하면서 모입니다. 2025년에는 경기도 수원시가 우리들의 목적지입니다. 수원 화성을 중심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수원에서 1박 2일 보내며 지낸 시간을 하나의 페이지로 정리합니다.
수원역에서 먼저 모입니다. 친구들 대부분이 수원을 지나가기만 하고 여행으로 온 적은 없습니다. 수원역에 도착해서 놀랍니다. 역 안에 사람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2023년 기준 수원역은 이용객은 전국 9등입니다. 고속열차가 가끔 정차하는 역임에도 이용객이 많습니다.
수원역에서 팔달문까지 시내버스로 이동합니다.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에서 내립니다. 팔달문이 숭례문보다 큽니다. 팔달문 주변은 한 때 수원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었습니다. 팔달문시장은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간판에 달고 있습니다. 정조는 화성을 건설하고 사람들이 모여 살게 했습니다. 수원을 농업, 상업의 중심지로 키웠습니다.
수원에서의 첫 식사는 통닭입니다. 수원에서 뭘 먹어야 기억에 오래 남을지 생각했습니다. 영화 극한직업에 나온 수원왕갈비통닭이 생각났습니다. 수원 팔달문 부근에 통닭거리가 있습니다. 통닭거리 중 남문통닭에서 수원왕갈비통닭을 판매합니다. 친구들 반응이 아주 호의적입니다. 수원왕갈비통닭 매운맛이 더 맛있다고 하는군요. 점심부터 치맥으로 달려봅니다.
통닭거리에서 10분 정도 걸어 가면 화성행궁입니다. 행궁은 왕이 본궁 밖으로 나갈 때 머무는 임시 숙소입니다. 전국적으로 행궁이 100개가 넘었습니다. 그중에서 화성행궁이 제일 컸습니다.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 회갑연을 화성행궁에서 했습니다. 화성행궁까지 이동하면서 자신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화성 성곽을 따라 걸어보려 합니다. 화성행궁 주차장 쪽으로 가면 화성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화성장대입니다. 장대는 군대 지휘소입니다. 서쪽에서 있어서 서장대라고도 합니다. 정조는 직접 화성장대에 올라 군사를 친히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화성장대라는 편액은 정조가 직접 쓴 것입니다.
화성장대 앞에서 수원이 한눈에 보입니다. 수원이 대도시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특별시, 광역시 빼고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가 수원입니다. 120만 명이 수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수원 주변 도시에서 모여드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유동 인구는 더욱더 늘어날 것입니다.
북쪽으로 걷습니다. 화성의 서문 화서문을 지납니다.
화성행궁에서 1시간 정도 걸어서 장안문에 도착합니다. 장안문은 화성의 북문입니다. 서울에서 왕이 내려오면 화성의 북쪽으로 들어오기에 장안문이 화성의 정문입니다. 화성에서 팔달문과 함께 가장 웅장하고 격식을 갖춘 건물입니다. 6·25 전쟁 때 반파된 것을 복원하였습니다. 장안문 안에 총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쉬어가고자 정지영 커피로스터스 카페를 찾아갑니다. 실내는 손님이 많아서 빈자리가 없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장안문과 화성을 바라보면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습니다. 아저씨들 수다가 끝이 없습니다.
숙소로 향합니다. 화성 안에 펜션은 당연히 없고요. 6명이 호텔 들어가기도 애매합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찾아보니 장안문 근처에 적당한 곳이 있습니다.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 먹으러 나왔습니다. 장안문을 밤에 보니 더욱더 웅장합니다. 장안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장안문 근처에 식당이 많습니다. 허영만 백반기행 프로그램에 나온 명성갈비를 갔습니다. 줄이 깁니다. 1시간 기다려야 된다더군요. 깔끔하게 포기. 두리번거리다가 북문숯불갈비 식당이 보입니다. 돼지 본갈비, 양념갈비를 먹습니다. 일반적인 고깃집입니다. 푸짐하게 고기 먹고 근처 횟집으로 가서 2차까지 달려봅니다. 슥소에서 3차까지 갔겠죠?
아침 일어나니 다들 퍼져 자고 있습니다. 저만 살며시 나와 행궁동 벽화마을을 거닙니다. 화성행궁 근처여서 동네이름이 행궁동입니다. 벽화 그린 지는 조금 오래된 듯합니다. 다양한 테마의 그림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서 간단하게 아침 먹고 정리하고 나옵니다.
수원천을 따라 올라갑니다. 화홍문이 보입니다. 화홍문은 북수문이라고도 합니다. 7개의 아치로 만든 수문이 있고 그 위에 문루가 있습니다. 전란에 대비한 방어시설이면서 하천이 범람하지 않도록 물길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미학적으로도 아름답습니다. 한국건축의 걸작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화홍문에서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방화수류정이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도 방화수류정이 보입니다.
방화수류정( 訪花隨柳亭)은 다른 성곽에서는 볼 수 없는 화성만의 독창적인 건축물입니다. 방화수류는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는 뜻입니다. 주변을 감시하고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이자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정자의 기능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화성의 동북쪽에서 있어서 동북각루라고도 불립니다. 2011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방화수류정 옆에 있는 북암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오면 용연이 펼쳐집니다. 용머리처럼 생긴 용두바위가 있어서 용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화성 성곽과 방화수류정과 이어지는 용연의 풍경이 옛 수묵화를 보는 듯합니다. 전날 밤 야경을 보려 했으나 시간이 늦어서 바로 왔습니다. 야경도 멋진 곳입니다.
갈비로 시작했으니 갈비로 마무리합니다. 둘째 날 점심이자 수원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갈비탕입니다. 화홍문 앞에 연포갈비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습니다. 연포갈비가 특별한 맛집이라서 간 것은 아닙니다. 바로 앞에 눈에 보여서 갔습니다. 커다란 갈비가 들어가고 국물도 시원하니 속 풀어주어 좋습니다. 몇몇 친구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수원은 갈비입니다.
밥 먹고 차 한 잔 마시고 소화시킬 겸 연무대까지 걷기로 합니다. 화성 성곽 따라 걸으면서 1박 2일 여행길을 정리합니다. 친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해서 수원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수원에서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합니다.
화홍문에서 15분 정도 가면 연무대가 보입니다. 연무대 본래 이름은 동장대. 군사들이 훈련하는 장소입니다. 연무대 앞에서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체험은 유료. 아저씨들이고 전날 너무 달려서 지쳤는지 활쏘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멀리까지 쏘려면 힘들겠다는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연무대 앞에서 화성어차와 XR버스가 출발합니다.
연무대에서 도로를 건너면 창룡문입니다. 화성의 동문입니다. 창룡문은 멀리서 바라만 봅니다. 화성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화성의 동서남북을 다 보긴 봤습니다. 연무대 앞에서 버스 타고 수원역으로 향합니다.
수원에서 1박 2일을 정리하면
수원역 - 팔달문 - 수원통닭거리 남문통닭 - 화성행궁 - 서장대 - 화서문 - 장안문 - 정지영 커피 로스터리 - 숙소 - 북문숯불갈비(명성갈비) - 숙박 - 행궁동 벽화마을 - 화홍문, 방화수류정, 용연 - 연포갈비 갈비탕 - 연무대 - 창룡문 - 수원역
일정을 길게 썼지만 지도 보면 많이 돌아다닌 것은 아닙니다. 우리들은 화성 건축의 놀라움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군사적인 성으로도 뛰어나지만 예술적으로 감탄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저도 덕분에 수원과 화성에 대해 다시 배울 수 있어서 즐거운 여행길이었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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