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XR버스 1795행
타임머신 타고 과거나 미래로 가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가능하다 못하다를 떠나서 타임머신은 상상만으로도 재밌습니다. 진짜 타임머신은 아니지만 비슷한 기분을 낼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XR버스 1795행에 탑승합니다. 조선시대 정조가 화성을 만들 당시로 떠납니다.
XR버스 1795행은 화성 연무대에서 출발합니다. 출발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연무대를 살펴봅니다. 연무대는 화성의 동쪽에 있어서 동장대라고 불립니다.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도 근처에 있습니다. 연무대는 군사들이 훈련하는 장소였습니다. 논산 육군훈련소도 연무대입니다.
연무정 카페에서 잠시 머뭅니다. 국궁체험하는 것 구경합니다. 2,000원의 체험료를 내면 화살 10발을 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체험하지 않고 구경만 합니다. 예전에 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요.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연무대 주차장에 XR버스 1795행이 주차하고 있습니다. 검은색으로 도색한 버스가 보통의 버스와 느낌이 다릅니다. XR(eXtended Reality)은 확장현실의 줄임말입니다. 1795는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 회갑을 맞아 화성까지 행차를 한 때입니다. 버스 타고 화성을 돌면서 정조가 화성을 만들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XR버스 1795행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4번 운행합니다. 한번 탑승 인원은 20명. 버스 타기 위해서는 터치수원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해야 합니다. 이용료는 무료, 공짜.
11시 예약했습니다. 10시 45분쯤에 탑승했는데 제가 첫 번째네요. 콧수염이 멋있는 노신사께서 맞이해 줍니다. XR버스 1795행 가이드입니다. 고급 호텔의 지배인처럼 친절하시고 안내도 잘해주십니다. 버스가 그냥 봐도 좀 다르죠? 버스 가운데로 2명씩 자리가 있습니다. 잘 보면 창문이 2중입니다.
자리는 자유석입니다. 먼저 온 순서대로 앉고 싶은 곳 앉으면 됩니다. 가이드님에게 어느 자리가 좋을까 여쭤봅니다. 입구에서 중간에서 살짝 뒤로 가는 게 좋다고 하시네요. 자리 앞에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예약은 다 되어있다고 하는데 출발할 때 빈자리가 있습니다. 노쇼가 있는 것이죠. 못 올 거면 취소하던가 하지.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합니다. 모니터와 창문에서 동시에 영상이 나타납니다. MEMORY OF 1795. 지금부터 우리는 조선시대 수원으로 떠납니다.
버스 출발하면서 빛이 짜자잔 나타납니다. 평소에는 투명한 창문입니다. 안쪽에 창문은 XR을 적용해 영상이 표출되는 투명 디스플레이(T- OLED) 화면입니다. XR 버스 1795행은 창문 밖으로 실제 화성과 투명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영상을 함께 보면서 화성을 관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화성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고요.
화성의 전체적인 모습이 창문(화면)에 나타납니다. 정조는 수원을 두고 "이곳은 기세가 웅장하고 탁 트였으니 하늘과 땅이 만들어낸 곳이라 이를 만하다"라고 하였습니다. 1794년 축성을 시작하여 2년여 만에 완성하였습니다. 전체 둘레 5.75㎞에 이르는 거대한 성읍입니다.
사방에서 영상이 흐르는 XR버스 1795행
사도세자의 묘는 경기도 양주에 있었습니다. 아버지 묘를 화성(현재 화성시 안녕동)으로 옮기면서 주민들이 이주할 신도시를 건설합니다. 지금의 수원입니다. 정조는 강력한 왕권을 실현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뿐만 아니라 상업과 행정기능까지 갖춘 정조의 꿈이 녹아든 도시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세자에게 일찍 왕위를 물려주고 화성에 내려와 살려고도 했습니다.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을 지납니다. 화면에는 화성성역의궤가 나타납니다. 화성 축성의 전 과정을 화성성역의궤에 기록하였습니다. 건물의 위치, 구조, 재료, 공법, 장비 등은 물론이요 참여한 기술자들과 백성들의 정보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약용의 다양한 건축기구는 화성을 빠르고 단단하게 짓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교동사거리를 지나면서 XR버스 1795행의 하이라이트로 접어듭니다. 화성 축성 이후 정조는 수원을 여러 차례 방문합니다. 즉위 20년이 되는 1795년에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화성으로 옵니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총 8일간 대규모 행차를 진행합니다. 단순한 왕의 행차가 아닌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로 만듭니다.
1795년 8일간의 화성행차 그리고 화성에서 낙성연까지. 백성들과 함께한 축제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화원들이 그린 그림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남아 있습니다. 당시 6천 명이 넘는 수행원들의 길이가 1㎞가 넘었다고 하니 대단한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버스 안에서 화면을 통해 행차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XR버스 1795행을 타임머신이라 소개한 것은 이 영상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어느 순간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흥겨운 음악 속에서 그림이 살아움직입니다. 하나하나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다 다릅니다.
음악과 함께 동영상으로 봐야 실감 납니다.
버스에 퍼지는 1795년의 모습
정조는 어머니 회갑을 귀중히 여겼습니다. 2년 동안 준비했습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중앙과 지방이 교류하며 남녀가 함께 즐기는 대화합의 행사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도세자의 명예를 높이고 자신의 정통성도 확보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왕권 강화를 위한 것입니다.
다음은 화성의 의미와 특징을 살펴봅니다. 화성만이 가진 독창적인 건축 형태가 있습니다. 군사적 기능을 넘어 미적으로도 아름답습니다.
6·25 전쟁 때 화성이 파괴되기도 했습니다.
화성은 1970년대 복원 사업을 통해 옛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화성성역의궤 기록을 통해 원래의 축성 방식 그대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1997년 화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됩니다. 현대에 복원된 건물은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화성성역의궤를 통해 완벽하게 복원했다는 것이 높게 평가되어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총회는 "화성은 동서양의 발달한 과학적 특징이 통합된 18세기의 동양 성곽을 대표하는 군사 건축물의 뛰어난 사례로 평가된다"라고 하며 화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연무대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이드께서 터치수원 애플리케이션에 방명록을 남기라고 하시네요. 방명록을 쓰니 버스 안 화면에 바로 나타납니다. 그렇게 40분의 여행길이 끝났습니다. 놀라운 체험이었습니다.
터치수원 애플리케이션 안내문 캡처 화면입니다. 월요일, 화요일은 휴무입니다. 잔여석이 0이면 예약이 완료된 것입니다. 아이디 1개당 4명까지 예약할 수 있습니다. 예약 희망일 기준 14일 전에 오픈됩니다. 예약이 힘듭니다. 저도 몇 번 실패했습니다. 밤에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 불현듯 생각이 나서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니 자리가 있더군요. 평일이어서 그나마 자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한 부모님이 신기해하시네요. 어머니는 멀미하셨답니다. 버스는 천천히 움직여서 괜찮은데 사방에서 화면이 막 돌아가니 어지러우셨나 봅니다.
버스 타고 난 후 화성 성곽 따라 걸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연무대 길 건너 창룡문 옆 플라잉수원 열기구 타면 화성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혜경궁 홍씨 회갑연이 열린 화성행궁도 가깝습니다. 행궁 주변은 요즘 수원에서 핫한 거리입니다. 행궁 근처에 통닭거리도 있고요. 수원에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여행길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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