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월영교
경상북도 안동에 대해서 긴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합니다. 유형적, 무형적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입니다. 안동으로 나들이를 다녀오면 보다 성숙해짐을 느낍니다. 안동에는 보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가볼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계속 찾고 싶은 곳입니다.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나서 보려 합니다. 그 중심에는 월영교가 있습니다.
먼저 식사부터 하시지요. 안동은 안동만의 독특함이 담겨있는 먹거리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헛제삿밥'을 먹어 보려 합니다. 여기서 '헛'은 가짜, 잘못된 이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풀어쓰면 가짜 제삿밥 정도 되겠네요. 제사에서 쓰인 나물이 담겨 있는 그릇이 있고요. 고기들은 제기에 올려져 있습니다. 탕국도 있습니다.
헛제삿밥의 유래를 살펴보면 선비들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보면 배가 고픕니다. 음식을 해 먹게 되면 냄새도 나고 해서 이웃에게 불편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제사를 지냈다면서 이웃을 불러 모아, 함께 나눠 먹게 된 것이 시작이라 합니다. 이 밖에도 다른 설이 많은데 요것이 대표적입니다. 안동 헛제삿밥으로 유명한 식당인 '까치구멍집'에서 먹었어요.
밥 먹고 강변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면 안동민속박물관을 만나게 됩니다. 박물관에서는 안동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꼼꼼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 뒤편으로는 민속촌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안동 일대의 가옥구조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민속촌에서 올라가면 KBS 드라마 촬영지가 있습니다.
산길을 따라 산성현객사와 석빙고를 거쳐 내려와 월영교를 만납니다. '月映橋' 달월 비칠영 해서 달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이 됩니다. 한글로 달빛다리 해도 이쁠 것 같은데. 다리 이름에 달이 들어가서 일까요? 월영교는 밤에 보면 더욱 이쁜 다리입니다.
월영교는 나무로 만든 다리입니다. 2003년 4월에 만들었구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라고도 하는군요. 다리 길이는 387m, 폭은 3.6m입니다. 커다란 강을 가로질러 건너는 기분 날씨는 차갑지만 강바람이 상쾌합니다.
해가 저물어 가는 모습이 보이는군요.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안동으로 와서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이렇게 하루해가 저물어 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잘했어.
사랑하는 여인과 손을 잡고 월영교를 끝까지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월영교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월영정
월영교에는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느 젊은 부부가 있습니다. 남편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게 됩니다. 남편을 떠나보내게 된 여인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정성스럽게 미투리(신발)를 만듭니다. 남편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여인의 복중에 있는 아기의 배냇저고리와 미투리를 가슴에 안고 영면에 들어갑니다. 월영교 가운데 월영정이라는 정자를 두고 두 켤레 미투리가 서로 마주 보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냥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1998년 4월 안동에서 택지개발을 하면서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그 머리맡에는 한지로 곱게 싸인 미투리 한 켤레가 있었습니다. 그 한지에 있는 내용을 옮기니 숭고한 사랑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이지요. 눈물 나는 가슴 아픈 숭고한 사랑입니다.
병술년 유월 초하루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건가요.
당신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건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월영정 위로 보이는 건물은 신성현 객사입니다. 객사는 관리들이 머무는 숙소입니다. 오른쪽에 무덤처럼 보이는 것은 석굴암입니다. 안동댐을 만들면서 수몰이 되는 지역에 있던 것을 옮겨 온 것입니다. 석굴암의 경우 겨울에 장빙제를 합니다. 장빙제는 한 겨울 낙동강에 있는 얼음을 석굴암으로 옮기는 모습을 시연하는 것입니다.
다리를 건너면 안동댐 물문화관이 있습니다. 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에서 만든 것입니다. 댐이 있는 곳에는 물문화관을 만들어서 댐에 대해서 안내합니다. 안동댐 물문화관은 양반 캐릭터와 물 캐릭터가 함께 있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물문화관 안에는 댐에 대한 안내 이외에도 안동 일대의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물문화관을 나와서 안동 시내로 향합니다. 버스 타고 시내로 나가려 했는데 버스가 잘 안 오네요. 버스 시간도 알기 힘들고. 관광지도를 펼치니 시내까지 그리 멀어 보이지도 않고 강변을 따라 길도 잘 만들어 놓고 해서 걷습니다. 날씨가 좀 춥긴 했지만 이 정도쯤이야. 강변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와 나무의 모습이 북유럽 분위기를 연상케 하더군요.
시내로 향하는 길에 만난 '신세동 7층 전탑' 의 모습입니다. 얼핏 봐서는 탑이 커 보이지 않는대 아래 사람과 비교하면 크기를 짐작하리라 생각합니다. 높이가 17m입니다. 국보 제16호. 통일신라 시대에 만든 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탑입니다. 탑 옆으로 임청각이라는 전통한옥도 만날 수 있습니다. 탑 옆으로 철길이 바짝 붙어서 가는 모습(왼쪽 보호막 넘어가 바로 철길)이 불안 불안해 보이네요. 신세동 7층 전탑은 2010년 2월에 방송된 1박 2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안동시내로 와서는 찰떡을 먹으러 갑니다. '70년 안동먹거리 버버리찰떡'이라는 밝은 조명을 찾아 들어가 봤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안동을 대표하는 먹거리라는 소개가 있군요. 저녁 시간이었는데 떡을 직접 만들고 있었습니다.
떡을 사들고 나왔습니다. 모둠으로 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10개에 7천 원 정도 한다는군요. 정말 맛있더군요. 돈 안 아까웠어요. 제대로 된 찰떡 찰지더만요.
이렇게 2011년 마지막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올해는 블로그에 대해 회의도 많이 느꼈었고요. 반면에 또 다른 즐거움도 간직하게 된 소중한 날들이었습니다. 저의 포스팅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올해도 티스토리 우수블로그에도 뽑히게 되었답니다. 내년에는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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