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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블루로드 맛집

올해 4월에 경상북도 영덕군에 있는 '블루로드'라는 도보여행길을 다녀왔습니다. 블루로드는 A, B, C, D 4개 코스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에서 저는 B, C코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8차례의 포스팅으로 블루로드 여정을 담아봤습니다. 블루로드에 대한 공식적인 포스팅은 끝이 났고 오늘은 보너스트랙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1박 2일 동안 걸으면서 중요한 것은 잘 먹는 것이었습니다. 잘 먹어야 힘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블루로드 B코스, C코스를 걸으며 우연히 찾았던 음식점을 정리합니다. 


 


 

B코스를 출발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던지라 아침밥을 못 먹었습니다. 블루로드가 바다를 따라 걷는 길이고 해수욕장도 많으니까 횟집하나 있겠지 했는데 없습니다. 문제는 배가 고프다는 거. 그러고 보니 제가 전날 저녁도 안 먹었더군요. 

B코스 출발해서 1시간 정도 걸어서 대탄마을에 들어설 때였습니다. 이 굶주린 여행자 눈에 들어온 식당이 있습니다. '순자네' 식당이름이 정겹습니다. 주인아주머니 이름이 '순자'인가? 여기까지 와서 김치찌개나 먹어야 하나? 하는 궁금증과 투덜거림을 뒤로하고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이 조용합니다.




 

 


 

주인아주머니로 생각되는 한 분이 주방에서 일하는 소리가 납니다. '밥 먹을 수 있어요?'라고 물으니 약간 난처해하시면서도 들어오라 하십니다. 딱히 메뉴판이 없습니다. '되는 게 뭐 있나요?'라고 물었고 저는 김치찌개를 주문합니다. 반찬이 제대로입니다. 누가 경상도 음식이 맛없다고 했습니까? 반찬이 맛있습니다.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오른쪽 아래 생선 말린 거였는데 요거 맛있고요.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팍팍 들어가서 구수합니다. 밥도 가득 담아주시고 모자라면 더 먹으라 하시네요. 또 먹었습니다. 이 좋은 반찬과 찌개를 두고 밥 한 공기로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홀로 밥 먹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쓰윽 오시더니 말을 거시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들. 아드님 이야기도 하시고 여기서 살아온 이야기도 하시고요. 이 식당은 주변의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주로 와서 드신다는군요. 가끔 저 같은 여행자도 오고요. 제가 들어갔을 때는 현장 아저씨들 점심 먹고 나간 뒤였고 잠시 쉬면서 주무시려 하셨다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밥 두 공기 잘 먹고 저녁때까지 씩씩하게 잘 걸었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시네요. 요즘 사람들은 식당에 와서도 빨리 달라고 보채지 않아서 좋다고 합니다. 왜냐? 자리에 앉으면 스마트폰 보기 바빠서 그렇다네요. 그러면서 저 보고도 뭘 그리 열심히 보냐고 물어보십니다. 회사에서 온 메일 보고 있었네요. 

김치찌개 1인분 7,000원. 



 

 

 B코스 종착지인 축산항에 왔습니다. 해산물에 저녁 먹으면서 소주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식당이 많지 않습니다. 먼저 대게활어타운을 찾아갔습니다. 죽도산 아래 높게 솟은 건물입니다. 무작정 엘리베이터 타고 식당으로 올라갔는데 주문받으러 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1층 횟집에 가서 주문해야 된다네요. 그래서 1층으로 내려왔다가 그냥 나왔습니다. 너무 시끄러웠거든요.

축산항 일대를 돌아다녀봤습니다. 저녁에 문 닫은 곳도 있고 혼자 왔다고 하니까 안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사진 속의 '구이마을 식당'도 혼자 왔다고 하니 난색을 표합니다. 1인분은 안 판데요. 순간 오기가 발동. 2인분 다 먹을 테니 먹겠다고 들어갔습니다.


 

 

 

 

식당 안은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먹는 구조입니다. 일단 자리를 잡고  뭘 먹을지 메뉴판을 봅니다. 음식이름은 있는데 가격이 없습니다. 밥 먹어야 했기에 식사류에서 골라보기로 합니다. 대게잡이의 원조라 불리는 축산항까지 왔기에 대게탕을 먹기로 합니다. 대게탕 2인분 주문합니다. 화장실 가면서 주방을 지나갔는데 꽝꽝 얼린 대게를 꺼내고 계시네요. 




 

 

소주도 하나 시키고요. 먼저 반찬이 나옵니다. 배추, 물미역. 저 물미역 진짜 맛있더라는. 블루로드 B코스 걸으면서 미역 말리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었습니다. 그 미역이 올라왔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싱싱한 것이 좋습니다. 벌써 소주는 제 목구멍을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김치, 멸치 등은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반찬입니다. 가운데 저거 저거 대게를 된장에 박았다 꺼낸 것이로군요. 다른 것은 건드리지도 않고 저거 쪽쪽 뽑아서 다 먹었습니다. 



 

 

 

 

드디어 나온 대게탕. 냉동이긴 하지만 대게의 맛과 향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에 소주도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한 잔 두 잔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대게탕 2인분에 공깃밥에 소주 한 병까지 다 먹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놀래시네요. '아우 굉장히 잘 드시네요' 제가 먹는 거로는 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살은 안 쪄요. 

대게탕 2인분에 소주 한 병해서 24,000원입니다. 공깃밥도 하나 더 먹었었어요. 


 

 

 


블루로드 C코스의 종착지는 고래불해수욕장입니다. 해수욕장 부근에 식당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서 블루로드 스탬프가 있는 '바다산책'이라는 횟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낮 12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청소하고 있으시더군요. 역시나 소심하게 '밥 먹을 수 있어요?'라고 묻습니다. 흔쾌히 들어오라 합니다.




 

 

물회 주문합니다. 먼저 반찬이 나옵니다.




 

 물회를 시켰는데 물이 없습니다. 이건 뭐지? 당황스럽습니다. 보통 물회라 하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 소면도 넣고 해서 후루룩 먹는 법이거늘. 달랑 이렇게만 나옵니다. 주인아주머니도 제가 당황해하는 것을 눈치 채신 듯합니다. 그러면서 함께 나온 고추장을 가리키시네요.



 

 

 

영덕에서는 회를 고추장에 먼저 비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물을 붓던지 그냥 먹던지 한다고 하는군요. 회가 물에 담겨 있는 물회는 싱거워서 맛이 없다고 하시는군요. 저도 고추장 넣고 열심히 비빕니다. 그러고 먹으니 굳이 물 안 넣어도 될 것 같더군요. 요 상태로 좀 먹다가 나중에 물 넣어서 먹습니다. 소주가 그냥 술술.


회는 광어고요. 12,000원입니다.





순자네, 구이마을은 다음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군요. 순자네는 대탄해수욕장 부근에 있고요. 구이마을은 축산항농협 근처에 있습니다. 바다산책 횟집은 고래불해수욕장 고래 조형물 앞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영덕 블루로드를 걸으면서 잘 먹고 잘 걷고 왔습니다. 사람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잘 먹을 수 있는 것도 복이고요. 영덕에서의 1박 2일은 제 인생에서 오랫동안 남을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렇게 제 마음 한쪽에 고이고이 추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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