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이디오피아커피
가평, 춘천 여행길 이어집니다. 춘천 명동 닭갈비골목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었습니다. 배부릅니다. 포만감이 좋습니다. 밥을 먹었으니 후식으로 커피 한 잔 하러 갑니다. 춘천에는 예쁜 카페가 많습니다. 저는 분위기보다는 특별하게 의미 있는 곳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디오피아 커피를 찾아갑니다.
춘천 명동입구에서 버스를 탑니다. 춘천 버스여행이 처음이어서 스마트폰 지도검색으로 노선을 찾았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이디오피아 커피집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그 앞에 조각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버스에서 졸다가 내려야 할 곳을 놓쳤네요. 그래서 좀 걸었다는 것은 비밀.
조각공원에는 6.25 전쟁 에티오피아 참전기념비가 있습니다.
이디오피아 커피집 옆에는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이 있습니다. 커피집은 이디오피아라고 쓰여있습니다. 에티오피아가 맞습니다. 기념관은 월요일이라 휴관입니다.
6.25 전쟁에 군대를 파견한 국가는 16개국입니다. 의료지원국, 전쟁물자지원국까지 합치면 그 수는 많이 늘어납니다. 16개국이 어디냐고 물으면 미국, 영국, 프랑스 정도까지만 대답하기 쉽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군대를 보냈습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도 그중에 하나이고요.
당시 에티오피아 10개 보병대대를 황실근위대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중 1개 대대가 6.25 전쟁에 참전합니다. 에티오피아군은 총인원 6,037명이 참전하여 253번의 전투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답니다. 121명의 전사자, 536명의 부상자를 낸 아픔도 있습니다.
이디오피아집은 2층 건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입구를 못 찾았습니다. 오른쪽에 2층으로 올라가라는 안내문을 보고 올라갑니다. 커피 마시고 나오니 건물 왼쪽 이디오피아라고 쓰인 곳으로도 갈 수 있더군요. 2층과 다른 곳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간 곳은 2층입니다.
1968년 에티오피아 황제가 춘천을 찾았습니다. 6.25 전쟁 참전기념탑을 방문한 후 이디오피아집이 생겼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황실에서 사용하는 원두를 보내옵니다. 그렇게 50년 동안 에티오피아 커피가 춘천에서 함께한 것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아프리카 느낌이 엿보입니다. 창가에는 푹신한 소파가 있습니다. 화면에는 동영상이 돌아갑니다. 여러 가지 아프리카 소품도 보이고요. 시간이 애매해서 그런지 손님이 많지 않습니다. 창가 어느 소파에 앉아봅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메뉴판을 갖다 줍니다. 메뉴판을 펼칩니다. 왼쪽은 좀 알겠는데 오른쪽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커피를 잘 모릅니다. 그렇다고 커피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요.
모를 때는 물어봐야지요. 진짜 에티오피아 커피를 느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른쪽에 hand drip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십니다. 서로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셨는데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라르는 에티오피아의 축복이라 불리는 고급 품종이랍니다. 속으로는 가격에 헉하고 놀랬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하라르 한 잔 주세요' 라고 주문합니다.
커피를 기다리며 창가를 바라봅니다. 이때가 2월이었습니다. 올해 2월에도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공지천이 꽝꽝 얼었습니다. 꽝꽝 얼어있는 공지천이지만 분위기는 먹어주는 게 있습니다. 이제 날이 좀 풀렸으니 공지천에도 봄의 기운이 샘솟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주머니께서 커피 내리고 갔다 줄 것인지 아니면 바로 앞에서 내려서 줄지를 물어보십니다. 바로 앞에서 내려 먹는 게 있어 보일 듯하여 가까이서 내려달라 했습니다. 테이블로 도구를 갖고 오시고 핸드 드립을 시작합니다.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기가 좋습니다. 이런 구경거리(?)도 재밌습니다.
커피는 하얀 잔에 옮겨져서 제 앞에 놓입니다. 이렇게 저만의 커피가 완성되었습니다. 뭔가 좀 있어 보이는 이런 느낌. 커피를 마시면서 어떤 맛일지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특별히 어느 하나의 맛이 툭하고 튀어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무거운 느낌도 없고 가벼운 것이 편하게 다가오는 커피였습니다. 다양한 맛이 복합적으로 다가옵니다. 잘 마셨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산지이면서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입니다. 비옥한 땅과 온화한 날씨는 커피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입니다. 메뉴판에 있는 하라르, 이르가체페(예가체프), 시다모 등은 지역 명칭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생산하는 커피의 절반은 자국 내에서 소비된답니다. 그만큼 커피를 좋아하는 에티오피아입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내려왔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커피집이 보입니다. 알쓸신잡에 나왔다는 안내문도 보이고. 에티오피아에서 온 사람들이 찍은 사진도 보이고요. 지하에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는. 지하와 2층의 관계가 궁금했습니다. 둘 다 이디오피아 커피라고 하는데 메뉴 구성은 달라 보이고요. 검색해보니 가족이 운영하는데 운영하는 분이 다르다고만 나오네요.
이디오피아집에서 나왔습니다. 공지천 위에 다리가 독특합니다. 물결모양으로 된 것이 보행자 전용다리입니다. 그 중간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튀어 오르고 있고요. 이 물고기는 공지어라고 합니다. 상상 속의 물고기입니다.
공지천의 옛 이름은 곰진내였습니다. 퇴계 이황이 춘천 외가에 왔습니다. 곰진내에서 고기잡이를 합니다. 머슴에게 짚을 썰어 곰진내에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짚이 물고기로 변해 공지어가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는군요. 공지어가 많이 살아서 공지천이 되었다는 이야기.
춘천 이디오피아집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먼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와 준 에티오피아의 따뜻한 마음을 느껴보고자 했습니다. 회사에서 맨날 믹스커피만 먹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는 호사도 누려보고요. 춘천에서의 즐거운 여행길이 이어집니다. 이제 효자동으로 가서 벽화를 보고자 합니다. 효자동 벽화는 주제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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