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정말 춥습니다. 인간적으로 정말 추워요. 이제 겨울이 익숙해질만 하지만서도 추운것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1월의 한겨울로 들어가면 더 추울터인데 난 마음이 따뜻해서 춥지 않아! 라고 구시렁 거리지만 쓸쓸함은 더해만 갑니다. 이럴 때 뜨끈한 국물이 생각납니다. 여기에 가볍게 소주 한 잔 걸쳐준다면 추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됩니다. 가볍게 마셔야 합니다. 주구장창 마시면 추운 길가에 나 앉아야 합니다.
국물이 들어간 요리는 많습니다. 그중에서 감자탕을 먹어볼까 합니다. 감자탕 그거 뭐 별거 있냐? 고 물으시겠지만서도 별거 아닌 거 같은 것을 제대로 하기가 더 여렵습니다. 강화도에는 소문난 감자탕이 있습니다. 식당 이름도 소문난 감자탕입니다. 진짜 소문 날 만 한지 들어가 봅니다.
친구들과의 강화도 답사여행(을 빙자한 일탈)을 하고 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른 아침 출발한 저희들은 강화읍내에 있는 감자탕집으로 향합니다. 여행 계획을 짠 친구들이 이 집을 찍어 놓고 왔더구먼요. 여행 계획이 다 세워진 후 합류한 저는 감자탕 먹는다고 할 때 살짝궁 불만이었습니다.
뭐 여행 와서까지 감자탕이냐? 그거 아무 데서나 먹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 저는 여행 가면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뒤늦게 숟가락 얹은 입장인지라 묵묵히 따라 들어갑니다. 식당 같지 않은 식당의 모습. 20년 전통의 강화원조라는 문구가 기대감을 높여줍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집이 꽤 유명하더군요
식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느 한옥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지만 식당 안에는 손님이 많습니다. 어르신들이 단체로 모임을 하고도 있고요. 어디 가서 식당 고르기 힘들 때는 어르신들 많은 곳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르신들이야말로 아무 데나 안 갑니다.
텔레비전 방송에도 나왔다는군요.
뭘 먹어야 하는가? 일단 기본은 감자탕입니다. 감자탕 앞에 붙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우거지, 김치, 해물. 이 중에서 우리는 해물 감자탕을 주문합니다. 해물감자탕이 독특해 보였습니다. 남자 4명이서 해물감자탕 大 를 주문합니다. 中 에 뼈를 추가하려다가 大로 가기로 했습니다. 등뼈는 스페인산이군요. 수입산이라고 해도 제대로만 수입했다면 문제없습니다.
돼지등뼈, 돼지등갈비 등을 구입할 때 국산이라 하고 살이 많이 붙어 있다면 진짜 국산인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국산은 뼈에 살을 별로 안 붙여요. 등갈비는 삼겹살과 붙어있는데 국산은 삼겹살이 비싸니까 고기를 삼겹살 쪽으로 붙여서 팝니다. 그래서 뼈에 살이 별로 없습니다. 국내산 등뼈도 실제로 별로 안 비싸요. 100g에 몇 백 원. 정육점에서 마진 왕창 붙여서 팝니다.
기본 반찬은 요렇게 나옵니다.
짜잔 드디어 해물감자탕 大 가 등장합니다. 낙지, 게, 조개, 새우 등 해물이 제법 많이 들었습니다. 등뼈는 해물 밑에 숨어 있습니다. 불을 켜고 보글보글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소주는 한 병을 다 비워가네요.
그래도 해물은 좀 익혀서 먹어야 할 것이고 먼저 돼지등뼈를 뜯어먹기로 합니다. 다른 감자탕집처럼 뼈는 익어서 나옵니다. 뼈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역시 고기는 뜯어야 합니다. 감자탕 먹으면서 느낀 점? 왜 감자탕일까? 단순히 감자가 들어가서? 아니 감자탕의 주인공은 뼈지. 감자가 아닌데? 감자탕의 유래에 대해서 찾아봤습니다. 위키백과사전을 보니 3가지 유래가 있구먼요.
1. 감자가 들어갔으니까 2. 돼지등뼈를 감자뼈라 했다더라 3. 원래 감자탕의 주인공은 감자이고 국물을 내기 위해 돼지등뼈를 사용했다. 이후 감자와 뼈가 함께 올라왔다. 세 가지 중에 뭐가 맞을까요? 정확한 유래는 찾을 수 없지만 돼지등뼈와 감자의 궁합은 제대로입니다.
감자탕의 기원이 삼국시대까지 올라가더군요. 돼지뼈를 우려내어 국물을 먹었다고 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감자탕은 19세기 후반 경인선 철도 공사할 때 인천에서 등장했다고 합니다.
열심히 뼈를 뜯는 동안 해물이 적당히 익었습니다. 돼지등뼈 국물과 해물에서 나온 육수의 만남으로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을 만들어 냅니다. 소주가 술술 들어갑니다. 아이고야 지금 대낮인데.
게도 뜯어주고요.
수제비 투하.
감자탕의 마무리는 볶음밥으로. 우리나라에서 탕이나 고기 먹으면 마무리로 밥을 볶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왜 꼭 밥을 볶아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가루를 꼭 넣어서 말이죠. 하지만 맨밥 먹으면 뭔가 어색하고. 그러면 어쩌라고? 볶아놓으면 잘 만 먹으면서라고 말하신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아무튼 궁금합니다.
식당은 강화도 중심부에 있습니다. 강화도의 소문난 감자탕은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어 온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맛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이긴 하나 저는 친구들과 잘 먹었습니다. 강화도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2012년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해 마무리 잘하시고요. 추운 겨울 따뜻하고 포근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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