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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함덕 서우봉 일몰

 

오전 내내 제주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저녁 무렵 함덕으로 향합니다. 함덕은 제주도 동쪽에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조천읍에 속합니다. 제주 시내와 가깝고, 물 맑고 깨끗한 함덕해수욕장이 있어서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함덕해수욕장을 감싸고 있는 오름이 서우봉입니다. 서우봉에 올라 일몰도 보고, 함덕해수욕장도 조망해보려 합니다.

 

 

서우봉은 제주 올레길 19코스가 지나갑니다. 제주올레에서 서우봉에 관한 안내문을 설치했습니다. 서우봉(犀牛峰)은 살찐 물소가 뭍으로 기어 올라오는 모습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서우봉의 서가 서쪽인 줄 알았는데, 무소 서자더군요. 서모봉이라고도 불립니다. 서쪽에 있는 뫼라는 뜻입니다. 서산(西山)이라고도 한답니다. 봉수리에 봉화가 만들어지면서 오름 이름에 봉이 들어갔습니다.

 

 

 

 

 

서우봉 오르면서 만나는 바다 풍경이 좋습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람입니다. 지금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서우봉 입구 주차하고 내리는데, 얼굴이 막 따갑습니다. 모래가 날아와서 얼굴을 때립니다. 서우봉을 올라가야 잠시 고민을 했지만,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서우봉은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서우봉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함덕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모습, 해수욕장 뒤로 이어지는 풍경이 멋있습니다. 친한 후배 아이가 제주도 함덕을 참 좋아합니다. 제주도에 오면 함덕에서만 며칠씩 머물곤 합니다. 아마도 이 풍경에 반해서 그런가 봅니다. 체리야 우리 언제 함덕에서 소주 마시냐?

 

 

 

 

 

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서우봉 곳곳에 말이 있습니다. 묶여 있거나, 울타리 안에 갇혀 있기에 사람에게 다가올 일은 없습니다. 저는 다음에 태어난다면 말로 태어나보고 싶습니다. 거치 광야를 마구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제주도에 와서 말을 보면 반갑습니다. 반갑게 올라가는데,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나서 놀랐습니다. 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파도의 거친 모습이 좀 보이네요. 바람 막 부는 것이 힘들긴 했는데, 바람에 따라 출렁이는 거친 파도는 아주 멋있었습니다. 사나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느껴졌습니다. 제주도가 돌, 바람, 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고 하지요. 육지에서 여행 오는 사람들은 제주도의 바람에 대해서 인지를 잘 못 합니다. 제주도 바람 무섭습니다. 바람이 무섭다는 것을 여지없이 느낀 날이었습니다.

 

 

 

 

 

저 멀리 태양이 바다와 키스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태양이 키스하기가 쑥스러운가 봅니다. 태양이 구름 속에 숨어서 조심스레 빛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에 볼이 붉게 물들어 가는 수줍은 남자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서우봉 어디에서든지 일몰을 볼 수 있겠는데, 뭔가 제대로 된 포인트에서 보면 더 낫겠다 싶었습니다. 서우봉 입구 안내판에 낙조 전망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낙조 전망대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올레길 19코스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되겠더군요. 조금씩 높이 올라갈수록 바다와 하늘이 더 넓게 보입니다. 일몰도 일몰이지만 넓게 트인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일본군 진지동굴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진지동굴 가까이 가봤습니다. 서우봉에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파놓은 진지동굴이 21개가 있습니다. 많이도 팠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함덕에는 일본군 1개 대대가 주둔하였습니다. 보급로 및 피난처로써 진지동굴을 만들었습니다. 15세~19세 사이의 청소년들을 강제동원해서 동굴을 만들었답니다. 20세 이상은 징용으로 끌려가서 없었고요. 붕괴위험이 있어서 들어가면 안 됩니다.

 

 

 

 

 

낙조 전망대를 정확하게 찾지는 못했습니다. 모르고 지나간 듯합니다. 나무 벤치 2개가 있는 작은 공간을 발견합니다. 여기가 전망대인가? 추측했습니다만, 작은 공간이 아늑하니 좋았습니다. 애인 생기면 살짝 데리고 오고픈 비밀 포인트였습니다. 거기서 하늘을 바라보는데 태양이 자신의 모습을 살짝 모여줍니다. 이번에는 동그란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고, 일부만 살짝 보여주네요. 나 여기 있어요 얘기하듯이요.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잠깐 보여줬던 태양은 그대로 구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태양과 바다가 만나 붉은색의 강렬한 키스를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더라도, 태양과 바다는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반갑게 만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 말은 왜 이렇게 뛰어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막 뛰다가 저 있는 쪽으로 오는 것 같아서 놀랐습니다.

 

 

 

 

 

서우봉에는 아무도 없고, 저 혼자만 있습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사람이 잘 찾을 때가 아니었으니까요. 일기예보에서 알려주는 일몰 시각이 지났지만, 아직 빛이 좀 남아 있기에, 서우봉에 조금 더 있었습니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새 소리 들으면서 있었던 잠깐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해수욕장 주변으로도 조명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더 늦지 않게 내려가야겠습니다. 태양의 밝음이 사라지고, 어둠 속의 조명이 들어오니, 함덕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제대로 된 일몰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함덕에서, 서우봉에서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함덕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마침 친구가 회사 일로 제주도에 내려왔고, 함덕에 숙소를 잡았답니다. 하룻밤 같이 보낼 심산이었으나, 일이 늦게 끝난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함덕에서 제일 유명한 카페인 델문도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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