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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소문난집국밥전문

요즘 식당 가면 밥값이 1만 원에 육박합니다. 1만 원 넘는 경우도 많고요. 서울 한복판에 2천 원짜리 국밥 파는 곳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식당입니다. 송해 할아버지도 자주 찾으신다는 국밥집으로 갑니다.

 

서울 인사동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찾았습니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인사동은 정중동입니다. 무심히 보면 늘 그대로인 것 같은데 그 속에서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사동 거니는 것 좋아하지만 오늘은 스쳐 지나갑니다.




인사동 가로질러 낙원상가까지 왔습니다. 낙원과 악기 두 단어가 어울립니다. 낙원상가는 우리나라 1세대 주상복합건물입니다. 건립 당시는 고급 아파트였습니다.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악기 전문상가로 유명합니다.




낙원상가 주변으로 아구찜골목, 돼지국밥골목이 있습니다. 바닷가도 아닌 서울에 아구찜골목이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1970년대 서울에서 최초로 아구찜 파는 식당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돼지국밥골목에는 대통령 한 분이 홍보 영상을 찍은 국밥집도 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원조소문난집국밥전문'입니다. 허름해 보이는 오래된 식당입니다. 60년 전통 송해의 집 등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식당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았는데 방문은 처음입니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식당 분위기가 궁금했습니다.




식당 입구 커다란 솥 안에서 국이 담겨 있습니다. 국밥은 이렇게 푹 끓여야 제맛입니다. 집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국밥집 포스입니다.




낮 3시가 넘었지만 식당에는 몇몇 분이 식사 중입니다. 어중간한 시간임에도 손님이 계속 들어옵니다. 사진은 나중에 손님 없을 때 후다닥 찍었습니다. 두꺼운 원목으로 만든 테이블이 인상적입니다.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나 두리번거립니다. 그때 아저씨 한 분이 국밥을 들고 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코리아 패스트푸드입니다. 메뉴가 하나이기 때문에 고르고 뭐고 할 필요 없습니다. 국밥만 먹으면 심심하니 막걸리 한 병 추가합니다.




테이블 위 대접에는 고춧가루와 소금이 담겨 있습니다.






우거지얼큰국밥, 공기밥, 깍두기. 이렇게 해서 2천 원입니다. 요즘 공기밥 하나에 2천 원 하는 식당도 있는데, 뜨끈한 국밥이 2천 원이라니.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말이죠. 가격에 놀랍니다.




반찬은 깍두기 하나. 깍두기 추가는 셀프. 식당 입구에 깍두기가 담겨 있습니다. 깍두기라고 하지만 푹 익은 것은 아니고, 김치와 치킨무의 중간적 느낌.




국물이 맑습니다. 구수하게 올라오는 국밥의 향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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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지와 함께 두부가 들어 있습니다. 고기는 없습니다. 고기까지 생각하시면 욕심쟁이 우후훗. 국물이 깔끔합니다. 비싼 국밥집에서 좋은 재료 넣어 만든 찐득한 느낌은 아닙니다. 반대로 단순미가 이 집의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국밥의 내용물은 별거 없다지만, 국물 맛은 유명 국밥집 부럽지 않습니다. 우거지얼큰탕이라고는 하지만 얼큰 쪽은 아닙니다. 간은 좀 강한 편.




식당에서 먹는다기 보다 집에서 먹는 국 느낌이 납니다. 제 맞은편 자리에 낮술 거하게 드신 아저씨께서 국밥 맛있다고 많이 먹으라고 하십니다. 네 감사합니다 하고 저만의 식사를 이어갑니다. 이분이 자신의 술잔을 들고 제가 있는 곳으로 오시네요.




당황스럽지만 그렇게 싫진 않았습니다. 낯선 이와 함께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도 국밥집, 선술집의 매력입니다. 아저씨가 어딘지 모르게 외로워 보였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셨나 봅니다. 고서, 시조 등을 읊조립니다. 저보고 선하게 생겼다. 잘생겼다는 말을 전하십니다. 수준 높은분입니다. 안목이 뛰어나시네요.

아저씨께서 기분 좋다면서 자신의 밥값과 함께 제 밥값까지 계산해주시네요. 국밥 2천 원, 막걸리 3천 원. 도합 5천 원.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댁에 잘 들어가셨나 모르겠습니다.




옛 허리우드극장은 실버영화관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곳입니다. 주변에 옛날 영화 포스터가 많습니다. 포스터 사이에 송해 할아버지께서 웃고 계십니다. 호칭을 송해 선생님으로 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만 할아버지라 부르고 싶습니다. 1927년생이시니 올해 96세. 호탕한 웃음소리가 보기 좋은 송해 할아버지께서 건강하게 생활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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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지만 탑골공원 옆으로 할아버지들이 모여 있습니다. 장기도 두시고, 이야기도 나누고 있습니다. 공원 안에 국보 제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있어서 탑골공원이라 불립니다. 석탑 보호를 위해 유리벽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탑골공원은 절이 있던 곳입니다. 고려 때는 흥복사, 조선 세조 때는 원각사 있었습니다. 연산군이 기생방을 만들기 위해 원각사를 없애고, 중종 때 건물을 철거하면서 탑만 남았습니다. 원각사지 10층 석탑은 고려 경천사지 10층 석탑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10층이 아니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13층이라는 것이죠. 대리석으로 만든 것도 특이점입니다.




인사동, 낙원상가, 종로 가까이 있지만 장소마다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종로구 낙원동은 송해 할아버지께서 50년 넘게 생활의 근거지로 활동하던 지역입니다. 주민들과 유대감을 가지며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종로 2가에서 낙원상가 앞까지 구간을 송해길로 지정하였습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국밥집입니다. 허름한 식당입니다. 그 속에는 수십 년 동안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습니다. 2천 원짜리 국밥 한 그릇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전해지는 곳입니다. 따뜻한 힘이 60년을 이어온 것 같습니다. 낙원동을 지나면서 송해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새벽 4시 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문을 여시고,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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