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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부두식당

겨울 제주도 여행길입니다. 2박 3일 일정 중 둘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밥 먹으러 길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애월읍에 있는 부두식당입니다. 옥돔지리(옥돔국)와 옥돔구이를 먹을 것입니다. 제주도는 아침부터 바람이 매섭게 붑니다.

 

아침부터 비가 오고 흐립니다. 바람도 거세게 붑니다. 제주도가 바람의 섬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여행하기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부모님은 이마저도 재밌어하십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차 밖으로 나왔습니다. 바다 배경으로 사진도 찍습니다. 이렇게 찐한 날씨는 여행의 기억을 더욱더 풍성하게 해 줍니다.




바닷가 절벽 바로 옆에 어느 분의 묘가 있습니다. 묘 주변에 돌로 담을 쌓았습니다. '산담'이라고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묘를 산이라 했습니다. 산을 둘러싸고 있는 담인 것이죠. 제주도는 밭 한가운데 집 근처에도 묘를 씁니다. 죽은 자를 가까이에 두고 싶은 마음이 담긴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도로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야 부두식당이 있습니다. 식당 앞에 주차장 있습니다. 식당 바로 옆이 애월초등학교입니다. 학생들이 부지런히 학교로 향합니다. 어떤 아이가 가던 길을 멈추더니 갑자기 인사를 합니다. 어른 보이니까 그냥 한 것 같습니다. 귀엽습니다. 저도 반갑다고 인사합니다.








식당 옆 담벼락 위로 댕댕이 한 마리가 빼꼼히 고개를 내밉니다. 목줄 메고 있는 것이 애처롭습니다. 먹을거리 주고 싶은 멍뭉한 표정입니다. 식당에서 기르는 개인가 봅니다. 화장실 가려고 들어섰더니 거기에 있더군요. 낯선 이가 와도 짓지 않고 꼬리를 흔듭니다.




부두식당은 저 혼자서 전에 왔던 곳입니다. 옥돔국이 궁금해서 왔었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식당이 깔끔하진 않습니다. 어수선합니다. 테이블은 깔끔합니다. 관광객 상대로 하는 곳은 아니고 동네 밥집입니다. 그래도 알음알음 여행자들이 찾아옵니다.




부두식당은 옥돔 음식을 주로 합니다. 4년 전에 왔을 때와 비교해보니 가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옥돔, 갈치, 오징어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신다고 적어두셨습니다. 옥돔지리, 옥돔구이를 먹기로 합니다. 지난번에 혼자 왔을 때 지리만 먹고 구이를 못 먹었습니다. 구이 맛을 기대해봅니다.






부두식당은 현금 결제만 됩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할머니께서 맞이해 주십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몇 마리 대화를 나눕니다. 대화를 들어보니 할머니 연세가 80이 넘으셨더라고요. 카드기 사용하실 줄 모르신다는 것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음식 기다리면서 식당 주변을 살펴봅니다. 바닷가 주변 집이나 식당을 가면 밀물, 썰물 등 물때 나와있는 달력이 있습니다. 농촌 지방과 가깝게 사는 저는 이런 바닷가 생활이 신기합니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주방에서 지글지글 기름 익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옥돔구이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잠시 후 바삭하게 익은 옥돔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옥돔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제주도 내 옥돔구이 전문점은 4~5만 원씩 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곳은 가격이 있으니 큰 옥돔을 사용하겠지요. 부두식당 옥돔구이 가격 생각하면 적당한 사이즈입니다. 더 클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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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돔구이가 겉바속촉입니다. 겉은 바삭한데 속살은 부드럽습니다. 통으로 들고 뜯으니 과자처럼 바사삭 거립니다. 뼈도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생선살 그대로 뜯어서 먹기도 하고, 밥 위에 올려서 함께 먹기도 하고요. 간도 적절해서 맛있게 먹습니다.






가운데 옥돔구이가 있고 주변으로 밑반찬이 깔립니다. 애써 꾸미지 않습니다. 식당에 와서 먹는다기보다는 할머니 댁에 와서 먹는 기분이 듭니다.








반찬 중에 특이한 것 두 가지가 눈길을 끕니다. 호박과 생선조림입니다. 제주도에서는 호박을 많이 먹습니다. 국에도 넣어 먹기로 하고요. 생선조림이 코다리 느낌입니다. 생선 이름을 물어봤습니다. '고즐맹이'라 알려주십니다. 처음 듣는 생선입니다. 검색해보니 고즐맹이는 꼬치고기라고 불립니다. 꽁치하고 비슷하게 생겼더군요.




뽀얀 국물 속에 옥돔 한 마리가 그대로 들어있는 옥돔지리가 나왔습니다. 메뉴판에 옥돔지리라고 나와 있습니다. 제주도 내에서는 옥돔국, 옥돔탕 등으로도 불립니다. 육지에서는 생선을 찌개나 조림을 합니다.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생선의 비린 맛을 가립니다. 제주도는 생선이 좋아서 그런지 과한 양념 없이 툭 하고 국으로 끓여냅니다. 원재료의 맛이 살아 있습니다.




옥돔구이, 옥돔지리 한 상

제주도에서 옥돔만이 생선이라 불립니다. '생선=옥돔'입니다. 고등어, 멸치는 생선이 아니고 물고기입니다. 옥돔은 제사상에서 빠지지 않고, 왕에게 진상품으로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귀한 생선으로 만든 음식 한 상이 든든합니다.








옥돔 눈까지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옥돔지리에서 중요한 것은 무입니다. 부두식당 뿐만 아니라 다른 옥돔국이나 옥돔탕을 내는 집들 가보면 무를 많이 사용합니다. 무는 채를 썰어 넣었고, 아삭함이 남아 있습니다. 옥돔과 무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지면서 풍미도 올라옵니다. 담백합니다. 고추가 들어있어서 칼칼한 맛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겨울 제주도 식당에 가면 후식으로 귤이 있습니다. 상품성 있는 것은 내다 팔고, 비상품 감귤은 주변에 나눠 드시는 것 같습니다. 알이 작고 못생겼어도 맛은 좋습니다.




부두식당 옆 수로. 이 물길을 따라가면 애월항입니다. 부두식당이라는 것도 항구가 가까워서 이름 지으신 것 같습니다. 우연히 10년 전 제주도 모 지역신문에 부두식당 소개하는 기사를 봤습니다. 기사에는 50년 된 식당이라고 소개가 나옵니다. 지금은 60년 된 것입니다.




제주도 부두식당을 검색하면 2곳이 나옵니다. 하나는 대정읍 모슬포항 근처 부두식당, 오늘 소개한 애월읍 부두식당입니다. 위치 헷갈리지 마시고요. 식당 근처에 애월 카페거리가 있습니다. 식사하고 카페 가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바다 쪽으로 나가 장현철 산책로(애월한담산책로) 걸으면서 소화시키셔도 되고요.

부두식당에서 아침밥 먹으려 계획했고, 여행 떠나기 전에 전화해서 언제 문 여시는지 물어봤습니다. 7시부터 문 여신다고 하시네요. 언제 쉬세요? 물으니 "쉬는 날 없수다" 제주도 사투리로 말씀하시는 게 생생합니다. 제주도 노포 또는 로컬 식당을 찾으신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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