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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머르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렌터카를 찾고 아침밥도 먹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행의 출발입니다. 일정이 짧기 때문에 멀리 가지 않기로 합니다. 제주도 동쪽 조천읍과 구좌읍 일대를 돌아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조천읍 신촌리에 있는 닭머르입니다. 닭머르? 이름이 독특해서 기억하기 쉽습니다. 풍광이 좋습니다. 

 

 

6월 초여름 제주도 여행길입니다. 제주 시내에서 닭머르로 향하는 길. 제주도 일주도로(1132번 도로)에서 좌회전합니다. 오른쪽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보입니다. 주차 후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메밀꽃이 피었습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때문에 메밀 하면 강원도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메밀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은 제주도입니다. 6월, 10월이면 제주도에서 메밀꽃을 볼 수 있습니다. 소금을 뿌려놓았다는 소설 속 표현을 눈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차를 몰고 바다 쪽으로 계속 들어갑니다. 내비게이션은 어느 한적한 도로에서 도착했음을 알립니다. 내비게이션에 닭머르라고 입력해서 갔습니다. 자그마한 주차장이 있습니다. 언덕 위에 화장실이 보이고요. 주차하고 언덕 위로 올라갑니다. 바다를 향해 벤치가 쭉 이어져 있습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정자가 있습니다. 여기가 닭머르입니다. 닭머르라고 하면 숨겨진 비경으로 소개하는 글이 많습니다. 이제는 꽤 유명해져서 숨겨진 비경까진 아닙니다. 위에 사진으로만 보면 그렇게 특별한 것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닭머르는 아는 사람만 찾는 조용한 바닷가입니다. 

 

 

 

 

 

 

 

 

 

 

 

이렇게 넓게 보면 닭머르의 특별함이 보입니다. 현재 시각은 아침 7시 56분. 아침 시간이기에 닭머르 주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저 혼자 이 풍경을 독차지합니다. 조용조용한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도 하고 들뜨게도 하고 편안하게도 합니다. 사진 찍는 모습이 발레하는 것 같네요. 😅

 

닭머르는 닭과 머루가 합쳐진 말입니다. 닭은 닭이고. 머루는 언덕을 뜻합니다. 닭이 흙을 파헤치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머루가 머리라고도 합니다. 맞춤법 검사하니 닭머르가 멍청이로 나오네요. 닭*** 로 인식했나 봅니다.  정자 있는 부분이 닭 머리에 해당합니다. 

 

 

 

 

 

 

 

정자에서 바라본 오솔길. 저 위에 주차장이 보입니다. 

 

 

 

 

 

 

 

안내문 설명을 상기하며 닭의 모양을 그려봅니다. 몸통, 목까지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확 와닿지는 않습니다. 제 마음이 삐뚤어진 것일까요? 이 지역을 퉁쳐서 닭머르라고 합니다. 닭 모양이 잘 그려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정자에 오르면 닭머르에 와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니까요. 그야말로 탁 트인 제주도 푸른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잔잔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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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언덕이 보입니다. 이번 포스팅 첫 번째 사진 찍은 곳입니다. 보통은 닭머르에서 정자까지만 보고 갈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언덕을 넘어갑니다.  

 

 

 

 

 

언덕을 넘어가기로 한 것은 올레길 화살표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닭머르는 올레길 18코스를 걸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올레길 완주자인 저도 닭머르를 걸었습니다. 올레길 18코스와 별도로 닭머리 해안길이라는 도보여행길이 있습니다. 신촌포구와 닭머르 사이를 잇습니다. 

 

 

 

 

 

 

 

 

 

 

 

2023년 11월 닭머르.  방향을 달리해서 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언덕을 넘어오니 바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검은색 현무암 사이로 맑고 깨끗한 바다가 보입니다. 아침 한적한 바닷가에 아무도 없으니 제주도를 독차지한 기분도 듭니다. 평소 같으면 출근하느라 바쁜 시간인데 유유자적 시간 보내는 것이 행복합니다. 

 

 

 

 

 

 

닭머르 주변 바다는 사람 손을 많이 타지 않았습니다. 울퉁불퉁 현무암도 그대로입니다. 날 것의 제주도 바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무암 너럭바위를 조심조심 걸으며 자연의 숨결을 느껴봅니다. 오랜 시간 지하에서 뜨거운 기운을 가지고 올라왔을 모습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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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바다 가까이 다가가기

 

 

 

 

 

 

 

거북손?

 

 

 

 

 

 

닭머르에서 나와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합니다. 닭머르 안내문에 남생이못에 관한 설명이 있습니다. 어떤 곳일지 궁금해서 찾아갑니다. 닭머르에서 남생이못까지는 5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일주도로로 나가는 길에 있습니다. 닭머르 갈 때는 몰랐다가 나가면서 발견합니다. 역시 알아야 보입니다. 

 

 

 

 

 

 

 

 

 

 

 

남자아이가 생기기를 기원하는 곳이라서 남생이못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가진 썰이 좀 그렇죠? 남생이가 살아서 남생이못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는군요. 작은 연못이지만 주변 경치가 좋습니다. 카페도 있던데 아침이라 문을 열진 않았습니다. 저 데크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공사 중이네요. 여름이면 연꽃도 피어난다고 합니다. 

 

남생이못은 1920~1930년대쯤에 만든 인공 연못입니다. 동네 청년들이 말과 소가 물을 먹을 연못을 만들기로 합니다. 말과 소가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돈을 어떻게 만드냐가 흥미롭습니다. 도박하는 집을 급습하여 판돈을 압수하는 것입니다. 생활물자를 판매해서도 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애향심과 추진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보너스. 6월의 닭머르에서 남생이못 가는 길에 황금보리를 만납니다. 길가에서 살짝 떨어져 있는데 황금색이 눈에 확 띄어서 가까이 다가갑니다. 메밀부터 보리까지 6월의 제주를 표현하는 색은 다양합니다. 

 

 

 

 

 

 

닭머르와 남생이못. 화려함이 있진 않습니다. 잔잔합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복잡한 것에서 벗어나 잠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올레길이나 닭머르해안길 따라 잠시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때려도 좋고요. 제주도 동쪽으로 길을 정했다면 잠시 쉬어감은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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