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굴물
나 홀로 즐기고 있는 제주도 여행길입니다. 제주도 동쪽 구좌읍 김녕리로 들어섭니다. 청굴물을 가고자 합니다. 청굴물이라는 지명이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곳일지 감이 오진 않습니다. 힌트는 바다에 있다는 것. 청굴물은 어떤 곳일지 살펴봅니다.
사전에 청굴물 주변에 주차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비게이션 찍고 가다가 적당한 곳에 주차하기로 합니다. 내비게이션에서 청굴물 입력하면 목적지가 나옵니다. 김녕리 마을로 들어서고 무료 주차장이 보입니다. 내비게이션에는 도착까지 500m 정도 남았지만 여기에 주차하기로 합니다. 마을 구경하면서 걸어가기로 합니다. 주차장은 김녕 1길 60번지 부근입니다.
500m 정도는 가볍게 걸을 수 있습니다. 가다 보니까 무료 주차장이 또 있긴 하더군요. 멀찍이 주차하고 오길 잘했습니다. 길이 좁습니다. 차를 끌고 들어오면 저도 불편하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민폐입니다. 마을 가운데 높게 뻗은 나무 그늘에서 아주머니들이 담소를 나눕니다. 알듯 모를듯한 제주도 사투리가 귀체 들어옵니다. 제주도에 온 것을 실감합니다.
돌담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갑니다. 여기서 제주도 가옥의 특징이 보입니다. 담과 지붕이 맞닿아 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담은 높고 지붕은 낮습니다. 바닷가 근처이기에 바람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전깃줄에서 새가 노래하고 있습니다. 안녕~
초여름 제주도 가는 곳마다 수국이 피었습니다. 수국을 관광 상품화하여 대규모로 키우는 곳도 예쁩니다. 길거리에 작게 무리 지어 피어난 수국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서 좋습니다. 스코리아라고 쓴 이곳은 제주돌집 2호점으로 제주지오브랜드 공식 숙소입니다. 스코리아는 화산쇄설물입니다. 한라산이나 오름에서 검은색이나 붉은색으로 작은 돌덩이를 보았을 것입니다. 스코리아를 제주도에서는 송이라고 부릅니다.
지오브랜드는 지질, 문화, 생태 자원 등을 융합한 것입니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지오브랜드 중에 대표적인 것이 지오트레일입니다. 김녕 지오트레일 안에 청굴물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지질 명소가 있습니다.
청굴물 바로 앞에 '카페 청굴물'이 있습니다. 이때가 오전 10시 정도입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11시 오픈이라는군요. 카페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전망은 좋겠다는 예상을 해봅니다. 아래 청굴물을 보면 공감하실 것입니다.
청굴물 앞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집. 벽면에 금속 공예 작품에 눈길이 갑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가고 강아지도 보입니다. 작품의 의미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생동감이 있습니다. 김녕리는 김녕금속공예벽화마을로도 불립니다. 마을 안에 다양한 공예 작품이 있습니다. 김녕리 곳곳에 예술 작품이 이어집니다.
저 앞에 두 사람이 있는 곳이 청굴물입니다. 청굴물까지 길이 나 있고요. 두 분 가까이 다가가 보니 부부시던데 정답게 사진 찍으며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오셨지?
청굴물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전체적으로 동그랗고 그 안에 작게 두 개의 웅덩이가 있습니다. 마치 태극무늬처럼 생겼습니다. 청굴물이 있는 이곳의 동네 이름은 청수동입니다. 청수. 맑은 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청굴물 내부입니다. 물이 정말 맑고 깨끗합니다. 용천수입니다. 지하에서 물이 올라오는 것이죠. 학교 다닐 때 제주도 용천수에 대해서 배웁니다. 제주도는 생활용수가 귀합니다. 바닷가에 용천수가 나와서 주민들이 생활용 수로 사용합니다. 용천수 따라서 마을이 만들어지고요. 지하에서 올라오니 물이 차고 깨끗합니다.
제주도는 지질 구조상 다공질의 현무암 지대이고 절리가 많습니다. 물이 바닥에 고이지 않고 지하로 빠져 갑니다. 청굴물과 같은 용천수 지하에 점토질이 있습니다. 물이 지하로 잘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볼 수 없는 지질의 세상이 신비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깨끗하고 맑은 물을 만납니다.
1970년대까지는 아이들이 목욕하고 소가 물 먹는 곳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돌담이 있었는데 지금 돌담은 없고 바닥을 매끈하게 정비하였습니다. 옛날 정취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물이 남탕에서 나와 여탕으로 가게 되어 있었답니다. 지금은 남탕, 여탕 두 곳에서 모두 물이 나오게 했다는군요. 어디가 남탕이고 여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들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경고문도 없습니다. 들어가지 못하겠더군요.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함부로 가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주변 풍경을 즐기기만 합니다. 보통 용천수는 내륙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데 청굴물은 바닷가로 나와 있어서 다른 용천수보다 풍경이 독특합니다.
제주도 북쪽 조천, 구좌 일대에 용천수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청굴물은 차갑고 깨끗하기로 유명했답니다. 여름이면 청굴물에 머물며 치료하기 위해 2~3일씩 머물다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인터넷상의 청굴물 사진을 보면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 분위기가 다릅니다. 물이 차 있을 때 마치 물에 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조 때는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만조와 간조 사이가 좋을 듯. 저는 물이 빠졌을 때 갔습니다.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뒤로 요트도 보입니다.
울퉁불퉁 검은 현무암이 널리 길게 이어집니다. 저 멀리 풍력발전기도 보입니다.
청굴물 주변 바다도 맑고 깨끗합니다. 그리고 조용합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을 오전 시간이기도 했고 청굴물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방문자가 적습니다. 유유자적 청굴물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고요함을 즐깁니다.
돌담 넘어 청굴물. 청굴물에서 바다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올 것입니다.
주차한 곳으로 돌아갑니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꿈이라 쓰인 것이 보입니다. 이 동네가 돌고래와 관련이 있나? 하고 찾아봤습니다. 2013년 7월 18일 제돌이가 김녕에서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 하던 돌고래였습니다. 고향인 바다로 돌아간 것입니다. 김녕 바다 주변으로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위 사진의 요트는 돌고래 투어하는 것이고요.
여름. 능소화가 피었습니다.
제주도 좀 다녀봤다고 했지만 청굴물은 몰랐습니다. 몰랐던 곳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청굴물 자체는 그렇게 크거나 넓진 않습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천수일 수도 있습니다. 청굴물까지 가는 길 그리고 청굴물에서 바라보는 예쁜 풍경은 특별한 포인트가 되어줍니다. 제주도 북동쪽 해안도로를 타고 이동하신다면 잠시 청굴물을 만나보심은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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